"요즘 김 부장님이 나를 좀 갈구는 것 같아."
"왜? 뭐라고 하길래? 어떻게?"
"그냥 느낌이 그래. 지난번 커피 마실 때도 최선배가 나한테 그러더라고, 김 부장이 너 요새 갈구는 것 같다고."
"음.. 형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그렇게 말문을 연 나는 김 부장님과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내가 '비밀인데'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동기입니다.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웃고 울며 살아온 사이,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가끔 '비밀이야'라고 서두를 달고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그리고 왜 그렇게 말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빨리 퍼져나가는 걸까요?
정말 이 세상에 비밀이라는 게 존재하는 걸까?
비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비밀'이라고 말하면서도 '비밀'이 아닌 이유,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비밀을 지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매 순간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야 하고, 누구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 피로감이 몰려오죠.
스트레스도 따라오고, 때로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것 같은 고립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한정된 공간입니다.
그래서 비밀을 지키는 데 너무 많은 공간을 할애하면, 정작 중요한 일들을 위한 여유가 사라집니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특별함은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 버거운 감정이죠.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립니다.
좋은 비밀이라면 더욱 그렇다. 반대로 무거운 비밀이라면 누군가와 나누어 짐을 덜고 싶어 집니다.
누군가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 표시입니다.
'너와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라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깁니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은 늘 변합니다.
신뢰가 약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비밀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나갑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는 더 깊어지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의 그 씁쓸함을 우리는 압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비밀인데, 어느 날 다른 친구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
"이거 비밀인데... 절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안 돼."
그리고는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그 비밀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것.
그 순간 깨닫습니다. "아, 이 세상에 진짜 비밀은 없구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옛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죠.
우리 선조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입다. 완벽한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 입을 떠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죠.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특히 지금 같은 온라인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정보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갑니다.
비밀을 영원히 간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차라리 스스로 털어놓는 것이 마음의 짐을 더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밀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오늘 아침 동기에게 '비밀'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도 괜찮아요.
비밀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습니다.
비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현명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한 마음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에게만 살짝 들려주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비밀을 소중히 간직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