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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 울림 Nov 29. 2024

악인은 악인의 역할을, 의인은 의인의 역할을

'시편 36편' 인간의 악과 하나님의 사랑

다윗은 악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도
모든 인류가 하나님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내게는 약간 이율배반적으로 들린다.

1)
먼저 악한 사람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죄가 그들 마음 깊숙이 숨어 있어 악한 짓을 충동한다.
그들의 눈앞에는 하나님을 두려 함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자만하고
그 죄의 대가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그들은 말하는 것이 다 악하고 거짓되다.
지혜롭게 행동하거나 선한 일을 하는데 실패하고
잠자리에 누워서 악한 일을 곰곰이 생각하며
죄악의 길에 자신을 맡겨 악을 거절하지 않는다.

3)
그리고 이어서 하나님에 대해서 설명한다.
주의 사랑은 하늘에 미치고 성실은 공중에 가득하다
주의 의는 산과 같고 판단은 깊은 바다와 같다
하나님을 하늘과 공중과 산과 바다에 빗대면서
천하만물 가운데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 보인다.

4)
다음 내용부터가 흥미롭다.
주는 사람과 짐승을 다 같이 보호하신다.
모든 인류가 주의 날개 그늘 아래 보호를 받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풍성한 음식을 공급하시고
모든 사람에게 마실 강물을 공급하신다.

5)
악한 사람들을 설명한 후에 하나님을 설명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사람과 짐승을 구분하지도 않으시고,
의인과 죄인 구분 없이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보호하심과 생명의 원천을 제공하신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격을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6)
다윗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잘 이해했던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창조 세계 안에 있는 어떤 생명도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보호하시고 필요를 공급하신다.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도, 의인뿐만 아니라 악인에게도
그렇게 하신다는 말씀은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7)
박영선 목사님 설교 말씀을 빌어서 얘기하자면,
하나님께서 써 내려가시는 구원의 역사 스토리 안에
악인은 악인의 역할이 있고, 의인은 의인의 역할이 있다.
이야기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두 역할이 모두 필요하다.
악인이 죽으면 영화가 끝나는 것처럼 말이다.

8)
엘리야가 바알, 아세라 선지자 850명을 죽이고도
악인이 전멸되지 않고 이세벨에게 계속 쫓겼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의인이라고 생각하므로
악인이 멸절되어 역사가 끝나기를 바라지만
하나님께서는 역사를 계속 이어가신다는 설명이었다.

9)
그러고 보면 다윗도 하나님의 구원 역사 스토리 속에서
악인들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시편 내내 악인들의 행동에 분을 내고 그들을
벌해달라고 간청하지만, 스스로 악인들을 처단하고
섬멸하려는 생각을 드러낸 적이 없다.
 
10)
악인들보다 힘이 없어서 앓는 소리를 했다기보다는
자신이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악인을 스토리에서 뺄 수 없으니
가능하면 어서 빨리 클라이맥스를 넘어서
결말로 넘어가 주십사 간구할 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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