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ㅣ자기 자를 숨겨 놓고 남의 자를 인정하면

2026. 1. 7. 作

by back배경ground

어머니는 털털한 걸 그렇게 강조하셨어
이런저런 상황에서 하도 얘기를 하셔서
털털한 게 뭔지 사전을 안 찾아도 될 만큼
털털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알아채게 됐어

사춘기 나이에 잠바 하나 사고 싶어 하면
남자 애가 뭐 그렇게 옷에 신경을 쓰냐고
사촌 형은 사다 주면 아무거나 입는다며
남자가 털털하게 입던 거 계속 입으라고

대학생이 되어 머리모양 좀 오래 만지면
남자가 무슨 외모를 그렇게 신경 쓰냐고
니 친구 영태처럼 털털하니 대충 하라고
그렇게 신경 쓰면 여자들도 싫어한다고

여기까지 말하면 내가 멋쟁이 같겠지만
결혼 전엔 아내가 헉 할 정도로 구렸었고
수중에 있는 옷은 중저가 몇 벌이 전부고
이어폰은 한쪽이 안 들리지만 그냥 들어

그렇다고 내가 털털하다는 말은 아니야
티셔츠 끝이 꽉 안조이면 고무줄을 걸어
머리가 눌린 상태로는 재활용도 안 버려
카페에서 자리 잡을 때는 과일 고르듯 해

털털한 건 아내지 멋도 한껏 잘 부리지만
명품 가방도 가방일 뿐이라고 휙 던지고
고양이 털이 코트를 덮어도 신경 안 쓰고
카페에서는 아무 데나 앉기만 하면 되고

타고난 게 나는 예민한 사람이었던 거야
먹고살기 바쁜 시절이라 그러셨겠지만
왜 그리 한사코 당신 잣대만 드미셨을까
덕분에 알았네 좋은 관계를 맺는 비결을


(4+16+16×4×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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