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31. 作
해나가 아기일 때는 아빠랑 잠을 안 잤어
먹고 노는 시간은 아빠가 허락되었지만
잠자러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엄마였지
해나의 원픽인 아내는 나를 째려보았고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나이가 되면서
책을 읽어주는 아빠까지는 허락되었어
책 한 묶음 읽어주고 해나가 하품을 하면
아내가 바통터치를 해서 해나를 재웠어
그러다 책 읽는 도중에 잠들기 시작했어
내 쪽을 향해 누워서 이야기를 듣다가도
잠이 오면 나를 등지고 빙글 돌아 누웠어
그렇게 해나를 잠재우는 아빠가 된 거야
해나가 보는 책들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잠잘 때 책 읽어주기가 부담스러워졌어
이야기가 끝나지 않으면 잠을 참았거든
뭔가 짧고 굵은 이야깃거리가 필요했어
"해나야 아빠가 쓴 글이 있는데 읽어줄까?"
"내 얘기도 있어?" "그럼 해나 이야기도 있어"
신중히 골랐던 첫 글은 '좋아하면'이었어
자기 나오는 얘기를 해나는 참 좋아라 했어
"아빠는 이야기를 왜 써?" "글 쓰는 게 좋아서"
"해나 이야기만 쓰는 거야?" "그렇지는 않고
그냥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써보는 거야"
"히잉 해나 얘기만 쓰는 줄 알았는데" "하하"
"아빠는 이 이야기를 백 개까지 써 볼 거야
그러면 책 내보려고" "그럼 서점에도 나와?"
"그렇겠지 첫 책은 해나한테 선물해 줄게"
"해나는 서점 가서 해나 돈으로 책 사줄게"
(4+16+16×4×7=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