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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 울림 Oct 18. 2024

그 순간 이 아이는 문제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시편 6편' 어려움에 처했을 때의 기도

짧은 모노드라마 한편을 보는 느낌이다. 캄캄한 무대 위에서 다윗이 홀로 엎드려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니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다. 자신을 벌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 불쌍히 여겨달라고 한다. 병을 고쳐달라고 한다. 구해달라고 한다. 애절함을 넘어 처절하다고 해야 할까? 세상 불쌍한 사람이 되어 하나님 앞에 엎드려 있다.

이건 기도가 아니다. 그저 신음이다. 차라리 기절하듯 잠들어버렸으면 좋겠지만 자신을 짓누르는 고통으로 쉽사리 잠이 들지도 않는다. 설령 잠이 오더라도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냥 쓰러지듯 엎드려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오르는 말들을 한 문장 한 문장 간신히 내뱉고 있다.

이건 내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본 다윗의 모습이다. 사실 무슨 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엎드려서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것 말고는 없었다. ...해주세요. ...도와주세요. ... 살려주세요. ... 용서해 주세요. 맥락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가 생각해도 내가 불쌍해서 쏟아낼 수밖에 없는 그런 말들.

그런데 무대 위에서 엎어져 있던 다윗이 갑자기 고개를 든다. 옷소매로 축축한 눈 주변을 훔친다. 그리고 양손을 땅에 짚고 무릎을 세우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힘겹게 일어선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며 대사를 내뱉는다. 힘이 들어간 목소리를 아니지만 담담하고 굳건하다.

'8 악을 행하는 자들아 이제 너희는 다 나를 떠나라. 여호와께서 나의 우는 소리를 들으셨다. 9 여호와께서 나의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셨으니 내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다. 10 나의 모든 원수들이 창피를 당하고 놀라며 갑자기 부끄러워 물러가리라.'

그냥 쓰러져 울고 있는 아이에게 누군가 다가오시더니 무릎을 꿇으시고 곁에 앉으셨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시며 말씀하신다. "아이야, 왜 여기서 울고 있니? 우는 소리가 들려서 와보았단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구나. 한번 일어나 볼까? 그리고 아빠한테 이야기해 볼래? 아빠가 들어줄게."

그 순간 이 아이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나 아니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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