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의인 10명이 없어서 멸망당하지는 말아야지
'시편 5편' 보호의 기도
다윗이 무언가 절박한 상황 가운데서 하나님의 침묵하심을 경험하고 있다. 1~3절에서 들어달라고, 들어달라고, 들으실 줄 안다고 세 번을 연거푸 말한다. 다윗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걸까?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왜 이런 다윗의 기도에 침묵하실까?
다윗이 절규하는 이유는 이어지는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한 지독한 미움과 분노가 다윗의 마음에서 느껴진다. 그들은 악하고 교만하며 거짓말쟁이에다 살인자이고 사기꾼이다. 그런 그들이 다윗 주변에서 끊임없이 자신에 속삭이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혹시 그들은 다윗 측근에 있는 신하들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요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윗이 밧세바 범죄를 지을 때 기꺼이 칼잡이가 되었던 요압, 그로 인해 다윗은 평생 요압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던가. 심지어 요압은 압살롬을 살려달라는 다윗의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압살롬을 죽였다.
매일같이 대면해야 하는 사람들이 한시도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어떨까? 성경에 적혔기에 망정이지 다윗은 이들에 대해 온갖 저주를 퍼붓는다. 다만 그 비난의 말을 그들에게로 향하지 않고 하나님께 향하고 있음이 남다른 점이다.
다윗이 그랬던 건 그들에게 둘러싸여서 스스로 끊어낼 수도, 끊어낼 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울왕도 하나님께서 세우셨기 때문에 손대지 않았던 다윗이었던 만큼 하나님의 자녀들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걸까?
이 질문을 두고 오래 곱씹어 보았는데 내 결론은 후자에 가깝다. 다윗이 미워하는 자들을 사랑하고 품으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하나님을 전심으로 경외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철저하게 본인의 영역이 아니라고 결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다윗은 분냄에 대해서 꽤 오래 묵묵부답하시는 것 같다...
때로는 현재의 내 상황과 환경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정작 하나님께서는 그곳에 그대로 두실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에게는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이 그렇다. 어느 한 분야를 들여다보아도 희망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면에서, 정치적인 면에서, 신앙적인 면에서 다른 여느 나라들처럼 쇠퇴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의인 100명이, 50명이, 10명이 없어서 멸망당하는 소돔과 고모라가 되지는 않아야 하지는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