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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ba Oct 15. 2023

아메드에서 발리 여행 최고의 순간들을 맞이하다

발리살이 (11)

발리 북동쪽에 위치한 아메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발리의 지역이다. 나는 우연찮게도 발리 여행 톡방에 올라온 한 분의 글을 읽고 즉흥적으로 아메드 여행을 결심했다. 그분이 아메드에 큰 집을 한 달간 렌트했는데, 방이 남는다고 같이 와서 놀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었다. 색다른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기존에 계획했던 일정을 포기하고 2시간 반을 이동하여 아메드에 도착했다.



여기에 나까지 총 6명이 이곳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비슷한 또래인 우리는 금세 말을 놓았다. 한 친구가 프리다이빙 강사이자, 아메드에 오랫동안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우리 모두를 가이드해 주었다. 아메드는 백두산 보다 높은 아메드 산을 뒤로하고, 발리 프리다이빙의 성지라고 할 만큼 좋은 바다를 앞에 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도로가 한적하고 사람도 많이 없어서 스쿠터로 드라이브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그런 동네였다. 우리는 모두 스쿠터 운전을 할 줄 알아서 아메드 이곳저곳을 일렬로 누비었다. 


아메드에는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참 많다. 숙소 바로 앞에 아메드 비치의 경우, 물이 적당히 깊고 산호와 물고기 많아서 스노클링 하는 사람도 많았고, 조금 더 깊은 곳에서는 프리다이빙 강습을 진행하는 팀도 여럿 보였다. 나는 그래도 한국에서 프리다이빙을 몇 번 배우고 온지라, 스노클링을 넘어서 펀다이빙까지 즐길 수 있었다. 아메드 비치에서 나와 왼쪽으로 스쿠터를 타고 좀만 가면, 파도가 치고 조류가 센 바다가 있는데, 앞으로 좀만 나가면 깊이 5~10미터 정도에 큰 난파선 구조물이 있다. 나는 그동안 강습받은 내용을 토대로 다이빙을 했다. 옆에 같이 온 친구가 버디를 봐주고, 준비호흡을 여러 차례 한 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한지라 생각보다 숨이 많이 참아지지 않아서 금방 올라왔지만, 물이 익숙해질 때 즈음에는 곧잘 난파선이 위치한 곳까지 힘차게 내려갔다. 구조물 사이로 군데군데 산호초가 보였고 그 주위로 모여든 물고기들이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크기와 색깔의 것들이었다. 프리다이빙을 배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나 자신이 기특해졌다. 숨을 더 오래 참을 줄 알았다면 그 광경을 더욱 오래 즐 길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계속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하면서 난파선의 군데군데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마음을 편하게 만든 후에 스노쿨을 입에서 뗀다. 손을 아래로 향하고 힘차게 오리발을 차서 덕다이빙을 하는 순간 주위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우주에 온 것 마냥 무중력인 상태로 바다를 탐험한다. 그 시간은 짧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모든 걱정을 잊고 나 자신과 바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호흡의 한계 때문에 수면 밖으로 올라오는 순간이 더없이 아쉽기만 하다. 아메드에서의 다이빙은 내가 지금까지 해본 다이빙 중에서 가히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그 깊고 고요한 물속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물고기가 아른거린다.


해가 질 때 즈음 우리는 다 같이 선셋이 보이는 비치클럽으로 향했다. 그곳에 입장하는 순간 '우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내가 살면서 본 선셋 포인트 중에 손에 꼽는 곳이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채, 해가 아궁산 너머로 진다. 그렇게 만나면 말이 많던 우리도 해가 산 옆에 있는 순간부터 산 뒤편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을 말없이 눈에 담았다. 발리 여행에 와서 본 노을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진 아메드는 어두컴컴하다. 가게의 불빛은 물론이고 도로에 가로등도 없다. 우리는 조심히 숙소로 복귀해서 인도네시아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평상시에 잘 마시지 않는 나도 이날만큼은 취할 만큼 취했다. 짱구에서 혼자 있는 동안 사실 발리의 여행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유쾌하지 않았는데, 아메드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같이 여행을 하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술잔을 비워냈다. 우리가 너무 즐거운 나머지 과하게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옆집에 사는 사람이 찾아와 조용히 해달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마지막엔 취한 상태로 집 앞 풀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참 오랜만에 보는 별이다. 별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되뇐다. '발리 오길 잘했다. 아메드 오길 잘했다.' 만약 나 혼자 아메드에 왔다면 이 정도까지 행복한 여행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곳에 나를 포함한 6명이 모두 다이빙과 스쿠터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이 가이드로써 우리에게 아메드의 가장 좋은 곳들을 선별해서 소개해줬기 때문에 이만큼이나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친구와 하는 여행은 좋다. 가족과 하는 여행도 좋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는 중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은 더 좋다. 그동안 경험해지 못한 색다른 여행이다. 


누구나 다하는 여행이 아닌 우리만 하는 여행이었던 아메드. 누군가 나에게 발리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묻는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아메드라고 답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가본 여행지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때도 아메드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지금도 옆에 있는 다른 동행친구들에게 고맙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만 한다. 아직 아메드에서의 남은 날들이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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