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orba Oct 23. 2023

발리에서 첫 인도네시아 친구를 만들다

발리살이 (13)

아메드에서 이제 다시 짱구로 복귀해야 하는 날이 왔다. 아메드에는 택시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기사를 불러야 했고, 2시간 반정도 떨어진 거리였기 때문에 가격도 꽤나 비쌌다. 그렇게 여러 가지로 생각할게 많던 와중에 귀인이 나타났다. 같이 짱구에서부터 동행한 친구가 사실 다음 주에 발리에서 회사 워크숍을 하는데, 인도네시아 친구가 미리 발리에 와있었고, 그 친구가 본인 차로 아메드에 데리러 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그 차에 타면 되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집에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았다.


그 인도네시아 친구의 이름은 론이었다. 론은 나랑 나이가 같았는데 유학파라 영어가 상당히 유창해서 대화가 잘 통했다.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친구라 사람들과 얘기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론에게 나는 처음 만나자마자 유쾌한 농담을 던지며 빠르게 친해졌다. 각자의 일을 마무리한 후, 차를 타고 아메드를 떠났다. 사실 론의 집은 한 번에 가면 2시간 반 정도 걸렸지만, 차에 탄 우리들을 각자의 숙소에 내려주느라 무려 3시간 반이 넘는 운전을 했다. 가는 길에 나는 론 옆자리에 앉아서 피곤하지 않게 계속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음식부터 취미, 직업, 사는 곳, 유학, 여행지, 여자친구, 심지어 사회 문제와 정치까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10년 만에 영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날이었다. 사실 중간중간 기억이 안나는 영어 단어가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안 까먹은 나 자신을 칭찬했다. 가는 길에 론이 지쳐 보이길래 근처 맥도널드에서 빅맥세트를 먹였다. 우리 모두 장기간의 드라이브 끝에 먹은 햄버거라 그런지 세상 누구보다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햄버거로 힘이 난 (?) 론은 밤 12시가 되어서 나를 짱구의 숙소로 내려다 주었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연거푸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래도 론은 웃으면서 정말 괜찮다고 또 보자고 인스타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기억이 너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나의 미안함이 컸던 것일까. 아메드에서 나의 짱구 숙소로 따라온 동생이 폭립을 먹고 싶다고 해서 식당으로 가려는 찰나에 론이 생각났다. 바로 디엠을 보내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고, 론 역시 망설임 없이 그러자고 했다.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식당 문이 닫을 때까지 이어졌다. 외국인 친구와 이렇게 쭉 이야기를 나누어도 대화 주제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구나라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우리의 공통 관심사인 음식이었다. 인도네시아 음식과 한국 음식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았다. 우선 음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맛. 사실 나는 인도네시아 여행하면서 대부분 로컬 식당 (Warung)에 가서 인도네시아 음식들을 정말 다양하게 맛보았는데 단 한 번도 마음에 들지 않은 음식이나 메뉴가 없었다. 이 얘기를 해주자 론도 인도네시아에선 한국 음식점이 실패하지 않는 레스토랑이라고 소문나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마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음식 메뉴가 생각보다 비슷한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시고랭 (Nasi Goreng) = 볶음밥, 미고랭 (Mie Goreng) = 볶음면, 소토사피 (Soto Sapi) = 소고기무국, 치킨 사테 (Chicken Sate) = 닭꼬치, 바비굴링 (Babi Guling) = 모둠 순대 등등... 사실 소스만 다르고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 방법은 비슷한 게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라를 여행 갔을 때보다 한국 음식이 좀 덜 생각나는 것 같았다. 



한국 음식에 굉장한 애착이 있는 나는 정말 쉴 새 없이 한국 요리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더 많은 외국인이 더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보았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 음식 말고도 정말 맛있는 한국 음식이 많은데 그것들을 접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케이팝처럼 너무 세계에 알리기 좋은 문화인데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게 항상 마음속에 걸려있었던 터라, 그 아쉬움을 론한테 풀었다. 서로 다른 김치의 종류부터 그를 활용한 여러 음식, 마무리는 국밥. 론한테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 정말 순순하게 행복해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앞으로 무엇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면서 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힌트가 되었던 순간이다.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 소개하기'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지.


다음 날 우리는 또 만났다. 이번에는 론이 소개해준 음식점에서 저녁을 같이 했다. 또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도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해가 다 지고 난 깜깜한 밤에 3번째 인사를 했다. 이번에는 작별인사였다. 이제는 각자가 가야 할 곳이 있었기 때문에 발리에서는 다시 볼 수 없었다. 나는 론에게 서울로 꼭 놀러 오라고 했다. 정말 맛있는 음식들을 사주기로 했다. 론이 서울을 오는 게 빠를지, 내가 다시 발리를 오는 게 빠를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은 역시 사람으로 완성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젠가 아메드에서 모두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