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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옅은발자국 Sep 03. 2022

플레이팅

라인업은 3차원 그리고 Glocalization

신제품의 컨셉이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이를 상품화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첫 번째 과정은 이 컨셉을 어떤 line-up으로 구성할까 이다.

물론 1개의 상품에만 유용하고 적절한 컨셉도 존재하지만, 하나의 컨셉이 한 개의 제품이 아니라 그 라인의 전체의 특징(feature)으로 가져가는 것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더 유용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에어컨에 있어서 ‘무풍’이라는 특장점은 동일 소구점으로 다양한 용량의 에어컨에 적용되어 있고 ‘무풍’이라는 특장점이 맘에 든 사람은 용량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각 용량과 가격에 맞게 나머지 제품 사양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이것이 하나의 컨셉을 어떤 line-up으로 구성할까의 문제이다.


많은 기업들이 SKU* 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SKU를 줄이는 것을 상품기획에게 요구하지만, 상품기획자는 단순히 SKU를 늘리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되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적절히 맞추면서 SKU를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SKU가 많으면 영업과 고객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line-up을 구성하면서 SKU 하나하나의 의미를 갖게 해야 한다.


전자제품 상품기획에 있어서 항상 사례로 언급되는 애플의 아이폰을 한번 생각해 보면 하나의 아이폰 세대(generation)는 몇 개의 SKU로 구성되어 있을까? iPhone 13의 경우 한 국가의 SKU는 총 76개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설마 그렇게 많아?라는 반응을 보인다. 먼저, 76개의 구성을 보면 iPhone mini, iPhone, iPhone Pro, iPhone Pro Max 이렇게 4종이 있고 iPhone과 iPhone mini 색상이 화이트, 미드나이트, 블루, 핑크, 그린, 레드로 6가지 그리고 저장용량은 128GB, 256GB, 512GB로 36개이며, iPhone Pro와 iPhone Pro Max 색상이 실버, 그래파이트, 골드, 시에라 블루, 알파인 그린으로 5가지 그리고 저장용량은 128GB, 256GB, 512GB, 1TB로 40개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 보지 않으면 일반 소비자는 이렇게 많은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비자는 3가지만 고민하면 된다. 어떤 그레이드의 제품에 어떤 색상 그리고 용량은 뭘로 할지…. 이게 line-up의 묘미다.


 Line-up은 LG전자의 시그니처, 오브제, 오브제컬렉션, 일반 제품으로 전체 브랜드 단위로 구성되기도 하고 제품군 단위로 구성을 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특장점을 갖는 제품의 기능, 색상에 따라서도 구성한다. Line-up에는 높이, 넓이, 깊이라는 3차원으로 구성이 된다. (4차원 이상이 될 수 있기도 하다.) 이 높이, 넓이, 깊이의 기준은 어떤 시장의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통상 높이는 제품의 주요한 기능의 차이를 기반으로 가격이 높은 것에서 낮은 것으로 구성을 하고 넓이는 기호를 중심으로 색상의 차이 등이 놓일 수 있고 깊이는 소비자가 가장 쉽게 선택이 가능한 용량으로 구성할 수 있다. 물론 용량을 넓이로 높고 색상을 깊이로 놓을 수도 있다. iPhone을 사례로 먼저 설명하면 iPhone mini, iPhone, iPhone Pro, iPhone Pro Max 순으로 높이가 올라가게 배치되어 있고 그다음으로 다양한 색상으로. 옆으로 넓게 차지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저장용량으로 깊이가 구성되어 있다.  

 이는 실제 매장의 선반에 물건을 놓거나 카탈로그에 상품을 소개할 때 순서와 배치와 같은 구성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구매자들이 선택하는 우선순위(key buying factor)와 주요 고려사항 또는 구매 여정에서 주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는 부분을 고려해서 배치하면 된다.


 그렇다고 line-up을 늘리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Line-up이 늘어날수록 관리해야 하는 재고의 SKU가 늘어나고 유통 과정의 효율성 저하가 일어날 수 있는 점을 SCM의 문제로만 여기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결국 이런 문제는 재고 소진 등의 이유로 과도한 할인으로 재고 처리가 될 수 있고 결국 브랜드와 제품의 가치를 떨어 뜨리기 때문이다. 적정 line-up 구성에 대한 상품기획자의 고민은 SKU를 나눌 만큼 고객들의 요구가 다른가 이다. 예를 들어, 제습기의 경우 용량이 다른 line-up은 꼭 필요하지만 색상이 다른 SKU는 필요성이 적다. 에어컨은 적절한 색상이 있는 것이 필요하지만 TV는 색상이 대한 요구가 거의 없다. 그리고 하나의 SKU가 다른 SKU와 적절히 다르고 간격이 적절한지를 고민해야 하고 이를 ‘격간 차이’라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하면서 각 SKU 간 가격의 간격 그리고 시작가와 최대가의 적절한 구성이  필요하다. 물론 제품 원가와 수익성을 같이 고려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채널을 고려하여 채널별 단독 전용상품을 위한 SKU 구성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영업 쪽 이해관계를 수용하는 것으로 회사별 채널 상황과 전략에 따라 달라지므로 논외로 하겠다.


이렇게 해서 iPhone은 나름 낮은? 가격에서 2배가 넘는 가격까지 구성되어 있고 소비자들을 고민의 수렁에 빠지게 만든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honeworld.com.pk/the-prices-of-iphone-13-series-in-pakistan/



한 국가를 대상으로 이러한 line-up 전개라는 축이 있다면, 이와는 또 다른 축으로 국가별 전개라는 축이 있다.


‘Globalizaiont’과 ‘Localization’의 합성어인 ‘Glocalization’(글로코라이제이션)은 상품기획자로 시야를 넓혀야 하는 또 하나의 큰 산이다. 큰 산이라고 하는 이유는 상품기획은 대상고객(Target customer)을 정하고 그들에게 집중해서 컨셉을 도출하고 고객을 확장하는 관점에서 line-up을 구성하는데, 국가가 달라지면 이는 다른 측면으로 다양성을 이해해야 하는 숙제 앞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는 대상고객에 대한 이해에 앞서서 시장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에어컨의 용량은 적용면적을 기준으로 브랜드나 소비자가 이해하지만, 어떤 국가에서는 마력으로 이야기하고 어떤 국가에서는 W라는 단위를 쓰기도 한다. 반대로 가습기의 경우 한국에서는 시간당 가습량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적용면적을 기준으로 하고 적용면적의 경우 나라마나 환산하는 기준이 다른 경우도 많다.  이런 것뿐 아니라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서 오는 많은 다른 점이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총 45개의 버전이 있고 이에 대한 글이 있어 아래 글로 대신한다.


https://brunch.co.kr/@ywkim36/48


하나의 컨셉과 특장점에서 이런 다양한 시장의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기반으로 제품을 전개하는 것. 나는 이를 결국 고객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모습을 마무리 하는 것 같아 ‘플래이팅’이라고 하고 싶다. 어느 식당의 어떤 메뉴에 대한 독특한 소스나 조리법을 갖고 다양한 메뉴의 요리를 만들고 플래이팅 함으로 각 고객의 필요, 요구와 기호 그리고 그들의 형편에 따라 그들의 바람과 가장 가깝게 나의 컨셉이 다가가게 만드는 것이다.


* stock keeping unit, 재고 관리 단위로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색상까지 물리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는 실물로 코드로 구분되는 최소한의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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