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과제 마무리
'Drop' 상품기획자한테는 참 애증의 단어이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고 경영진의 요구에 따라 맘이 덜 가는 일들도 해야 한다. 그 정도이면 그래도 양반이고 상품기획자로써 가장 괴로운 일 중 하나는 위에서 내려오는 상품기획이다.
물론 백이면 백이 다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의 혜안으로 참신한 상품이 만들어 지기도 하고 때로는 혁신도가 높을 수록 전사의 참여도가 높아야 하고 이럴때는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Top-down 상품기획은 나름 경영진이 경영 trend, 시장에 대한 통찰력, 때로는 뚝심으로 이루어 지기도 하지만 하지만 항상 그들의 통찰력이 맞다고 볼 수도 없다. 수 많은 상품기획자들이 안 될것 같은 것을 알면서도 검토라는 명분으로 헛 일을 하게 되는데, 참 이럴때 힘들다. 특히, 중단 될 것을 예감하면서도 유관 부서에 지원과 검토를 요청해야 하고 때때로 “이거 진짜 되는 거에요?”라는 질문 앞에 서기도 한다.
정말 안되는 것이면 적절한 시점에 ‘Drop’이라는 의사결정을 이루어지게 하는 것도 상품기획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다고 ‘이건 안되네’라는 답을 정해 놓고 진행 하는 것도 자기와 동료를 기만 하는 것이다.
안 될것 같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 편견(bias) 일 수 있고 내가 대상 고객이지 않을 수 있으니 정말 가능성이 없는 것인지 살펴 보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정말 힘든건 내가 해볼려고 하는 것의 결과가 결국 'Drop'으로 흘러 갈때 이다. 하나라도 더 가능 하다는 증거를 찾고 설득하고 점점 확증편향에 빠져 객관성을 잃어가며 아이 잃은 부모 갖이 헤메다가 어느 순간 현타가 오면서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이제는 작별할 때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동안 함께 나를 믿어 주면서 함께 했던 사람, 반신반의 하면서 쿵짝 정도라도 맞추 주었던 사람, 믿지 않지만 애쓴다면서 도와 주었던 사람,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고 열심히 했던 젊은 사원들까지... 참 마음이 무겁다. 선거에 나간 후보가 낙선하고 선거 운동원들 앞에 서는 기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때가 참 중요하다.
성공 앞에서는 누가 더 공이 큰가를 이야기를 해도 누군가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 앞에서는 아쉬움과 허탈감에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묻고 싶어진다.
그 순간은 팀웤이 깨질 수도 돈독해 질 수도 있는 순간이다.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인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예전 무한도전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조정편에서 무한도전팀은 예상데로 꼴지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한도전 크루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노(오아, oar)를 저었고
결승점에 지나자 콕스였던 정형돈은 이렇게 말했다.
"Easy, Oar"
"내가 봤어! 내가 봤어!"
"우리 정말 잘 탔어!!!"
이 순간이 이 외침을 무한도전팀 크루들을 루저가 아니라 영웅으로 만들었던 순간이다.
Drop 앞에 루저가 되지 말고 영웅이 되게 이렇게 말해라.
Every failure is a stepping stone to success.
I should take a oar again and keep going a journey with my he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