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 조합 그리고 설득
상품기획의 숙명은 지금까지 나온 제품과 다른 가치를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가치가 제품의 기능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새로운 조합일 수도 있다. 브랜드의 경우 최근에 인기 있는 창문형 에어컨의 경우 중소기업들이 출시하고 삼성이 출시했는데, 제품이 대단히 다른 점보다는 브랜드가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중소기업들은 고객이 직접 설치를 할 수 있는 점을 강조했지만, 삼성의 경우 방문설치로 도리어 선호된 점도 있다. 새로운 조합의 대표적인 상품은 하루견과라고 할 수 있겠다.
상품기획의 여정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고객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탐색에서 출발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여러 가지 존재하는 방법들을 조합하고 그 조합이 새로운 가치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권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설득하여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다분히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품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는 무언가 새로운 하나를 찾고 만들어내는 데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기존 제품이 그것이 자사의 제품이든 다른 회사의 제품이든 그것을 부정해야 한다. 그것들이 채우지 못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 때로는 그것이 이전에 내가 기획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음으로 가기 위한 부정은 필연적이다. 마치 언제는 세상에서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어느 순간 다시 그 창을 뚫을 수 있는 창을 만드는 입장에 서게 된다. 이 반복을 좋게 보자면 사회의 변화, 기술의 발전, 소비자들의 동향이 바뀌는 흐름에서 걸맞게 제품의 적절한 변화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 때문에 상품기획을 하고 있는지는 돌아보아야 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을 다른 말로는 발전이고 혁신이지만 때로는 혁신을 위한 혁신, 새로움을 위한 새로운 것을 넣기도 하는데, 그러면 결국 고객과 멀어지게 된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경영이론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기존 브랜드들이 경쟁환경에서 새로움을 위해 뭔가를 넣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객들의 필요보다 더 많은 것을 넣게 되고 후발 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다시 핵심 기능 위주의 제품을 좀 더 경제적으로 선보이게 되면 결국 고객들인 “그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 정도면 충분했어”라고 하면서 이동하게 된다. 고객을 위한 제품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에 부합되는 것이고 그들의 필요를 넘어서지 않는 적절함이다. 온갖 기능을 넣는다고 제품 원가와 가격이 올라가고 결국 너무 복잡하거나 필요하지 않아 쓰이지 않는다면 자원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얼마 전 처형네 집에 설치된 10년 정도 된 에어컨을 대대적으로 청소를 한다고 전면을 분해한 모습을 보았는데, 자연 기회식 가습 모듈이 탑재되어 있었다. 물론 10년 동안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상태였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다.
- 생테쥐페리 -
어쩌면 새로움을 추구할수록 우리는 점정 고객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