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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옅은발자국 Oct 27. 2022

불편한 나도 사랑

때론 원만스러운 '나'에게

 며칠 전 승진 심사가 있었다.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 대상이 된 나. 평소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기대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안됐다.


 결과를 알려 준 상사에게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괜찮지 않았다.' 처음에는 좀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4년간의 평가 평균은 B보다 살짝 좋은 정도. 승진율을 생각하면 좀 어려웠다. 그래도 최근 몇 년간 한 업무에 자신감이 있어 기대를 해 보았다. 주위에서도 "과장님 정도면 되겠죠."라는 말을 여러 명에게 들은 터라 더 기대가 생겼다. 괜한 기대를 했다. 기대가 돌아온다. 불편함으로...


 승진 심사 시 위원들이 본다는 공적서에 신경을 썼다. 문장을 고쳐 써보고 줄 간격까지 조정하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마음이 문득 들 때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라는 생각에 옛날 회장님이 칭찬하셨다는 동영상까지 넣어놨다. 누군가 한번 보자고 하면 신선한 시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며...


 승진 심사 전날 상사가 "평가가 안 좋았던 적도 있어 어려울 수 있겠다."라고 했다. 난 "알고 있습니다.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의연하게 대답했다. 아니 의연한 척이었나... 의연한 내가 대답했었다. 그리고 퇴근길에 후회가 찾아왔다.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할걸 그랬나... 내 말이 상사의 마음을 편하게 해 한 마디 할 것도 안 하게 만든 것 같아 의연한 나를 질책했다.


 승진 심사 당일은 마침 새로운 과제 제안에 대한 제안서를 작성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느라 되려 즐거웠다. 오래간만에 새로운 과제 제안과 즐거운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좀 취해 있었나 보다... 균형을 잃고...


 덤덤했던 마음에 통증이 찾아왔다. 아쉬움, 원망, 속상함, 분노,... 뭔지 모를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 감정이 뭔지 찾고 있는 내가 안쓰럽다. 그래도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그러나 새벽녘에 깼다. 의연했던 내가 비난받고 있다. 그리고 다시 의연한 내가 그렇지 않은 나를 훈계하고 있다. 그렇게 둘이 밤새 싸웠나 보다... 무의식 속에서 둘이 결론이 안 나고 갈등이 심해져 의식의 나를 소환한 것 같다.


 내 감정에 내 자아의 싸움에 내가 참 못났다는 생각에 이르자 눈가에 눈물이 맺혀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둘의 싸움은 멈쳤다.... 그게 '나'인데... 의연한 '나'도 나였고 의연하지 않은 '나'도 나였다. 서로를 비난할수록 서로를 부정할 수로 나는 작아지고 있었고 못난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냥 그게 '나'다. 의연한 나도 의연하지 않은 나도 그게 '나'다. 그냥 그렇게 인정하고 서로의 생각의 마음을 감정을 공감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서로 위로해 주었다. 그래 너도 나야 네가 있어 고마워. 아직 서로에게 미운 마음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나도 사랑해'



덧글, 나에 대한 어지럽던 마음은 이렇게 봉합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 내 마음의 아픔이 이제 타인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삐져나오고 있다. 다른 숙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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