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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피터팬
Sep 14. 2024
왜 젊은이들이 한밤중에 통곡할까?
아들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
집으로 돌아오던 어두운 밤길이었습니다
.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는 편의점 옆 골목에 활처럼 휘어있는 희끄무레한 물체가 보였습니다
.
저게 뭐지
?
하는 순간 흠칫 놀랐습니다
.
웬 사람이 꼬부라진 자세로 엎어져 있는 것입니다
.
술 취한 사람인가
?
그냥 지나치려 하다 말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
꺼이꺼이 숨죽여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
자세히 보니 젊은 남자였습니다
.
활처럼 휘어있는 젊은이의 뒷모습에선 밤보다 더 캄캄한 절망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습니다
.
문득 얼마 전 동네 뒷산 숲길에서 우연히 목격했던 충격적인 광경이 기억났습니다
.
한 젊은 남자가 나무에 대롱대롱 목을 매달고 숨져있었습니다
.
하필 그때 숲길에서 맨발 걷기 하던 아내가 그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는 지금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왜 요새 내 눈앞에 자꾸 이런 일이 나타나는 것일까
?
젊은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옛일 하나가 아른아른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
***
새파랗게 젊은 이십 대 시절이었습니다
.
70
년대 말 군에서 전역한 후 당시 유명한 외국계 체인이었던 대기업 계열사에 취업했습니다
.
입사하자마자 미국 독일 스위스인들로 구성된 톱 매니지먼트의 눈에 띄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
영어 실력도 시원찮은 신입사원인 내가 왜 톱 매니지먼트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
코쟁이들이 자기들처럼 코 크고 키 큰 놈이라 예뻐한다는 선배들의 시샘도 많이 받았습니다
.
어쨌거나 내 인생의 첫 번째 기회가 너무 빨리 찾아온 것입니다
.
매우 특별한 보직을 받았습니다
.
파격적인 인사였습니다
.
모든 직원이 다 가기 원하는 노른자위 보직에 발령이 났습니다
.
그 사실이 알려지자 선배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
왜 선배들이 그토록 나를 질투하고 부러워했는지는 업무를 파악하고 나니까 곧 알게 되었습니다
.
내가
움직이
는 길목마다 여기도
돈. 저기도 돈
.
눈먼 돈이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
지금 생각하니 그때만 해도 참으로 어리숙한 시대였습니다
.
새파랗게 젊은 이십 대 청년이 너무 일찍 쉽고 편하게 돈 버는 법을 알아버렸습니다
.
눈먼 돈이란 먼저 줍는 놈이 임자입니다
.
매일매일 눈먼 돈이 주머니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
아침에 빈손 들고 집을 나와도 저녁 무렵이면 빳빳한 지폐 다발이 늘 주머니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
날이 갈수록 내게 월급날은 별 의미 없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
그까짓 한 달 월급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단 하루에도 벌 수 있었습니다
.
거의 모든 국민들이 버스를 타고 다니던 아직 가난한
70
년대였지만
내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주로 택시였습니다
.
가까운 길이든 먼 길이든 줄기차게 택시만 타고 다녔습니다
.
그러다 보니 어쩌다 한 번 버스를 타게 되었을 땐 버스요금이 얼마인지를 몰라 당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
점점 더 돈 쓰는 일에 겁이 없어졌습니다
.
미친 듯이 펑펑 돈을 쓰고 다녔습니다
.
옷도 최고급 옷만 맞춰 입었습니다
.
음식도 꼭 최고급 음식점에서 먹었습니다
.
술도 최고급 술집에서 최고급 술만 골라 마셨습니다
.
어디를 가든 가는 곳마다
VIP
대접을 받았습니다
.
어느 날인가는 아내를 데리고 당시 갓 개관한 서울 롯데호텔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습니다
.
스카치위스키 잔을 들고 거만하게 앉아있는 내 발아래로 휘황찬란한 서울의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
환하게 불 밝힌 빌딩들을 내려다보며 기고만장해서 아내에게 큰소리쳤습니다
.
“
나는 돈을 많이 벌 거야
.
돈을 왕창 벌어서 저 빌딩들을 다 사버릴 거야
.”
그때 아내는 성경의 이런 말씀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
“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니라
.” “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시느니라
.”
***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
돈도 권력도 명예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았던 노른자위 보직도 영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
세월이 흐르면서 회사와 톱 매니지먼트의 계약이 종료되었습니다
.
외국계 경영진이 떠나자 그 자리는 신속히 토종 국내파 터줏대감들로 채워졌습니다
.
그리고 대대적인 인사 선풍이 불었습니다
.
너무나 일찍 찾아왔던 나의 황금기도 다른 보직으로 발령이 나면서 곧 끝나버렸습니다
.
원도 끝도 없이 화려한 시절
(?)
을 보낸 내가 그까짓 몇 푼 안 되는 월급만 바라보는 시시껄렁한 월급쟁이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퇴사했습니다
.
퇴사와 동시에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사업에 바로 뛰어들었습니다
.
국내에선 이제 갓 주목받기 시작하는 사업이었지만 일본에선 이미 검증이 다 끝나버린 전도유망한 사업이었습니다
.
있는 돈 없는 돈 가진 돈을 탈탈 털어 넣고 어머니 집까지 담보 잡혀 대출을 받았습니다
.
매일 같이 새벽 별 보며 집을 나와 자정도 넘은 늦은 시간에야 집에 들어갔습니다
.
대박의 꿈을 품고 처음 시작한 내 사업이었습니다
.
날마다 코피를 쏟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
빚만 산더미처럼 지고 망해버렸습니다
.
나중엔 어머니 집까지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
쫓기듯 남의 집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
도저히 맨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습니다
.
날마다 술을 마셨습니다
.
술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차마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
술에 취해야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술에 취해야 우리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어느 날도 잔뜩 술에 취해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
새로 이사 간 집은 산꼭대기 위에 있었습니다
,
저 산꼭대기 이층집 초라한 반지하 단칸방에서 부잣집 딸로 귀하게 자라난 내 아내가
,
세 살짜리 우리 아기가 이 못난 남편을
,
이 못난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
그날따라 유난히 아내와 우리 아이를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
이미 나는 완전한 인생 실패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
나는 처자식의 생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이었고 인간쓰레기였습니다
.
언덕길을 올라가다 말고 발걸음을 돌이켰습니다
.
***
밤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겼고 나는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어느 낯설고 외딴 찻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
언뜻 앞을 바라보니 저 멀리 노란 불빛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
덤프트럭이었습니다
.
거대한 덤프트럭이 전조등 불빛을 번쩍이며 무서운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
나는 담담히 그 불빛을 마주 보고 섰습니다
.
갑자기 시간이 뚝 멈춰버린 것 같았습니다
.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
나를 향해 마구 치달려오는 덤프트럭이 전혀 두렵지도 않았습니다
.
그때였습니다
.
“
뛰어들어
!”
누군가 내 귓전에 속삭였습니다
.
부드러운 목소리였습니다
.
“
저 불빛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편안해질 거야
.”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자 덤프트럭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 불빛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
그 불빛 안으로 가만히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괴로움이 다 끝나고 편안해질 것 같았습니다
.
“
어서 들어가
.”
그 친절한 목소리가 인도하는 대로 불빛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
마침내 노란 불빛이 두 눈을 찌를 듯
,
아주 가까이 바로 내 앞까지 다가왔습니다
.
그 순간이었습니다
.
무슨 물방울 같은 것이 뚝
!
뚝
!
내 얼굴에 떨어졌습니다
.
이게 뭐야
?
아
!
그것은 피였습니다
.
놀랍게도 새빨간 핏방울이 내 얼굴 위로 마구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 이상한 것이 보였습니다
.
웬 사람이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
두 팔을 활짝 벌린 그 사람의 옆구리에서
,
손목과 발목에서
,
굵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선 순간
,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덤프트럭이 기름 냄새를 와락 풍기면서 아슬아슬 코를 스칠 듯 내 옆을 비켜 지나갔습니다
.
그리고 캄캄한 어둠만 다시 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
온몸에 소름이 쪽 끼쳤습니다
.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거야
?
아
.
자살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입니다
.
누구였을까
?
그때 저 불빛 속으로 뛰어들라고 내 귓전에 속삭이던 그 부드러운 음성은
…
사탄이었습니다
.
나는 그날 밤 사탄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
그날 밤 부드럽게 들려오던 그 음성이 사탄의 목소리였다는 사실은 그 후로도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그 위기의 순간
,
내 눈앞엔 신기한 환상이 펼쳐졌었습니다
.
만약 그때 환상을 보고 화들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
***
어느덧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
나는 다시 집을 향해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
저 초라한 산꼭대기 이층집 반지하 셋방에서 아내가 밤새도록 근심하고 걱정하며 이 못난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
우리 아이도 아빠를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을 것입니다
.
머리카락을 쥐어뜯었습니다
.
야
.
이 미친놈아
.
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 했던 것이냐
!
하마터면 사랑하는 내 아내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뻔했습니다
.
아빠
!
하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를 다시는 품에 안지 못할뻔했습니다
.
갑자기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
언덕길을 올라가다 말고 어느 집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문득 눈을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
그러자 십자가 불빛이 보였습니다
.
캄캄한 밤하늘에 새빨간 십자가 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
…
아니
.
웬 십자가야
?
언제 여기 교회가 있었나
?
이 언덕길을 무수히 오르내리면서도 그 자리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
그때까지 나는 교회란 곳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아예 교회 자체에 전혀 관심도 없었습니다
.
난생처음 십자가를 주목해서 바라보았습니다
.
그런데 갑자기 내 눈에 놀라운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다
.
아
!
저 뾰족탑 십자가 위에 웬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
그리고 그 사람의 옆구리에서
,
손목과 발목에서
,
굵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
찻길 한복판에서 보았던 환상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
나를 살린 그 사람이 바로 저분이셨구나
!
예수님이었구나
!
그리고 담벼락에 기대선 채 꺼이꺼이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때 누군가 다가와 가만히 내 어깨를 어루만졌습니다
.
뭐라 표현할 길 없는 부드러운 손길이었습니다
.
젤리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기도 한 그 손길의 감촉을 한평생의 세월이 다 지나간 지금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
그 신비로운 손길이 내 어깨에 닿는 순간 폭풍우 치던 바다 같던 내 마음이 갑자기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고 평안해졌습니다
.
그 평안은 이 세상의 평안과는 전혀 다른 하늘에서 내려온 평안이었습니다
.
그리고 내 귓전에 맑은 시냇물이 흘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
아들아
.
내가 너를 사랑한다
.”
***
편의점 불빛 아래 한 젊은이가 숨죽이며 꺼이꺼이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
활처럼 휘어있는 젊은이의 뒷모습에선 밤보다 더 캄캄한 절망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습니다
.
젊은이에게 다가갔습니다
.
통곡하는 젊은이의 어깨를 뒤에서 가만히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
그리고 고개 숙여 젊은이의 귓전에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
“
힘내세요
.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니라
.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 (
요한일서
4
장
8
절
10
절
)
***
예수님은 사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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