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비범한 직장인이 되는 길
1. 대표에게 꽤 많이 지적당한다. 어떻게 보면 혼나는 느낌도 든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도 나 같은 신입과 일하느라 힘들겠네. 연차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쳐하면 마음 편할 텐데
20대 초반 때, 잘 안 맞는 이성을 만나느니 아예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찾아 나서자고 결심했던 것처럼, 대표도 비슷한 걸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데 그 짓을 돈과 시간을 남에게 주면서 하고 있다니, 대표도 정말 부처다. 세상의 모든 기업가는 멘탈이 어지간히 단단한가 보다.
2. 아저씨 아줌마들의 뻔뻔함
애인과 카페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옷 브랜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브랜드 대표 같았다. 그 이야기 중에는 당시 입고 있었던 옷도 나와서 굉장히 두근두근거리면서 듣고 있었다. 읽는 책 작가가, 만든 옷 대표가 바로 옆에 있다면 꽤 신기하지 않은가.
아쉽게도 애인이 옆에 있어 그러지 못했다. 애인도 옆에서 의류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있었다고 했는데, 알고 있는 줄 알았으면 말을 걸어볼 걸 아쉬웠다. 그런데 애인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다 걸고 아저씨가 다 됐다고 그러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이었으면 안 그랬을 텐데 신기했다. 실제로 몇 년 전에 회색 청바지를 찾고 있었는데 도서관 사서가 입은 게 딱 찾던 스타일이라 물어볼까 말까 한 십 분은 고민했던 적 있다, 괜히 어설픈 작업멘트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지금이었으면 바로 물어봤을 거다.
또 있다. 요즘 일을 하면서 중년 남자들을 많이 보는데 그들을 생각하면 뻔뻔하고 너스레도 잘 떤다.
그들이 원래 그랬을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을까?
아니다. 외향적인 인간이 있으면, 내향적인 인간도 많다. 모든 직장인이 사회적인 건 당연히 아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사회적이지 못한 인간은 사회생활에서 도태된다.
진화론, 용불용설처럼 사회적인, 사회적인 ’척‘ 하는 인간만이 살아남는 거다. 그걸 못하면 mz가 되는 거고, 퇴사 브이로그를 찍는 거다.
그래서 중년이 자리를 밀치고 지하철 자리를 차지하고, 약간의 무례와 친근감을 가지는 건 그 진화의 증거가 아닐까.
몇백만 년의 진화가 아닌 몇십 년에 일어나는 너무 갑작스러운 진화라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사람은 상상도 못 하는 그런 진화.
3. 생각보다 더 많은 걸 희생해야 한다
애인이 회사생활을 힘들어한다. 애인은 소극적이고 눈치도 많이 보는 사람이면서도 요즘 젊은이다.
그래서 빨리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빠른 퇴근과 높은 월급을 바란다.
필자가 기획자가, 스타트업이 어쩌고 까불면서 매일 여덟 시 넘어서 퇴근하는 그런 삶을 실제 살아보지 않았던 것처럼, 그 멋진 모습과 권리, 지위만을 바라는 거다.
한 번은 돌려서 말하긴 했다.
지금 팀장이나 실장쯤 달고 있는 사람 중에 워라밸 외치면서 올라간 사람 없을 거야.
그 뒤엔 이런 생각이 숨어있긴 했다.
그들은 생각보다 더 많은 걸 희생했을 거야. 그들도 너랑 나 같았을 거고. 더 올라가기 위해서 변한 거야. 직업과 돈을 위해서 익숙한 습관이나 가치관도 다 바꾼 거야.
그들은 진화한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