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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yooe Dec 17. 2018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이유가 '그거'라고?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2·30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서 2·30대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겁니다. 뭔가 더 희망적인 것들을 찾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뭔가 지금의 현실에서 박탈감이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 오동진 영화평론가
                                「돌아온 퀸의 시대, '보헤미안 랩소디’에 열광하는 이유」, <SBS 8뉴스>, 2018.12.03.     



뒤늦게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보고 나니 이 영화의 흥행 요인을 분석한 기자와 평론가의 중론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럴듯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에 걸맞은 도식적인 답이라고 생각했다.      



2·30대가
이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글쎄.
뭔가 더 희망적인 것들을 찾는다?
전혀. (대한민국에서?)
뭔가 지금의 현실에서 박탈감이 있다?
그걸 이 영화를 보고 느꼈다고? (뉴스가 아니라?)     


이 영화를 본 나의 일감은 단순하다. 멋지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멋진 사람에게 빚진 평범한 영화였다. 여기서 멋진 사람은 두말할 것 없이 ‘프레디 머큐리’다. 그의 멋짐은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그는 무엇이든 자신의 전부를 건다. 그리고 전력을 다한다. 이 영화의 감동은 거기서 온다.     


출처 = 씨네21 <보헤미안 랩소디>


전부를 건 남자

프레디 머큐리는 처음부터 음악에 전부를 건다. 머큐리는 ‘앞으로 뭐해 먹고 살지’, ‘이 길이 진짜 내 길일까’ 같은 남들 다 하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걸 해낼 재능도 있다. 그래서 그는 플랜B도 세우지 않고, 인생의 보험 비슷한 어떤 것도 만들지 않는다. 평생 뮤지션으로만 외길 인생을 걷는다. 전부를 걸 수 없는 요즘 시대에서 전부를 거는 머큐리의 스토리는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인생 전부를 걸 무언가를 찾기도 어렵다. 꿈 비슷한 게 생겨도 문제다. 머큐리에게 직업을 갖는 일과 꿈을 이루는 일은 같은 것이지만 대부분 사람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하며 산다. 평생 ‘나는 누구인가’하는 실존적인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지만 결국 답을 얻지 못한 채 죽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머큐리는 마치 그 답을 알고 태어난 것처럼 행동한다. 앞뒤 재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제 갈 길을 선택하는 머큐리가 그래서 멋있다. 그는 열광할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출처 = IMDB <Bohemian Rhapsody>


20분이면 충분하다

음악에 전부를 건 한 사람에게 영화도 전부를 건다. 영화는 후반 20분을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 참여한 퀸의 공연을 재현하는 데 헌납한다. 비행기가 착륙하듯 부드럽게 웸블리 스타디움 안으로 침투하는 카메라를 따라가면 모래알처럼 보였던 7만 관중은 어느새 진짜가 되어있다. 그들이 무대로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브라이언 메리의 기타 연주와 존 디콘의 베이스 연주 그리고 로저 테일러의 드럼 연주가 이어진다.


그리고 한 사람. 프레디 머큐리가 받침대 없는 짧은 스탠딩 마이크를 들고 소란스레 움직이며 하늘을 뚫을 듯이 열창한다. 모든 관중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손을 흔들며 따라 부른다. 스타디움 안이 완벽하게 뜨겁고 축축해진다. 이제 상영관 안의 관객은 더는 뺄 수 없다. 즐겨야 한다. 대책 없이.     


영화는 관객이 받을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극의 시간도 앞당긴다. 실제로 머큐리가 에이즈로 판정받은 때는 공연 이후인 1987년이다. 그러나 극 중에서의 머큐리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멤버들에게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린다. 그는 참담해 하는 멤버들을 다독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의지를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웸블리 스타디움에 그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Mama, ooh, I don't want to die (<Bohemian Rhapsody>)는 살려 달라는 그의 실제 절규처럼 들려 관객의 마음을 미어지게 한다.   


출처 =  씨네21 <보헤미안 랩소디>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아라.’


박찬욱 감독은 대담집 「데뷔의 순간」(2014)에서 그렇게라도 생각하며 살아야 불확실성과 마주하고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디 머큐리라면 뭐라고 했을까. 그가 지금껏 살아 스탠퍼드 대학의 졸업식 축사라도 맡는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거라는 확신 속에 살아라.’      


역시 생각만으로도 멋지다.      


(지난 10월 31일에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오늘까지 관객 수 794만 명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이 영화가 특히 2·30대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깊이 파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주인공? 멋지다! 노래? 끝내준다! 이 정도면 젊은이들이 즐기기 충분한 오락거리지 않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chaeyooe_cimema]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감독 브라이언 싱어 Bryan Singer



음악에 전부를 건 한 사람에게 영화도 전부를 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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