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요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를 읽고

by Chaeyooe


편집자의 말_16 /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김금희

독자의 말_01 / 저도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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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편집자님, 안녕하세요.

제 손에 들린 <편집자의 말> 카드를 세어보니 7장이네요. 대체로 불행하게 지내는 제게 올 한해 7번의 행복함을 선물해주신 마음산책에게 연말 인사 겸 고마움을 전합니다.


특별히 제가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엽서를 선택한 이유는 제목 그대로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가 제게 있거든요.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가던 포장마차 떡볶이집이 한 곳 있습니다. 도서관 근처에 있어서 혼자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날에는 떡볶이 천 원어치만 사 먹었고 동생이 동무가 되어 주는 날엔 떡볶이에 순대를 추가해서 먹었죠. 그리고 아주 가끔 엄마가 끼는 날엔 떡볶이, 순대에 튀김까지 시키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었습니다.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셔서인지 늘 소녀 같던 주인아주머니는 제가 접시 옆에 둔 책들에 소스라도 튀길까 매번 비닐봉지 한 장을 덮어주시던 사려 깊은 분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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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저는 읽고 싶은 책 정도는 살 수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갈 일이 생기지 않으니 자연스레 그 떡볶이집도 찾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던 지난달 정말 오랜만에 도서관에 갈 일이 생겼고 그 집 떡볶이 맛이 생각난 저는 은행에 들러 현금까지 뽑아 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지만 포장마차는 닫혀 있었습니다. 한파 소식이 있던 날이었고 아주머니도 이제는 나이가 꽤 드셨을 테니 오늘은 쉬시나 보다 생각하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후로도 저는 자료 찾는 일로 주말마다 도서관을 갔지만 포장마차는 매번 굵고 검은 줄로 팽팽히 묶여 있었습니다. 어디 아프신 걸까. 11월 한 달 동안 저는 굳게 닫힌 포장마차 앞에 현금을 손에 쥐고 서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올 걸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2월이 되었습니다. 자료 조사 막바지여서 토요일 느지막이 도서관에 가는데 포장마차에 흰 종이가 하나가 붙어 있었습니다. 설마 철거 명령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저는 후다닥 그 앞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종이에 쓰여 있는 글을 읽고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화수 떡볶이> 이전 12/3일 오픈!
← 100m 오세요!’


아주머니는 폐업하신 게 아니라 개업을 준비 중이셨던 겁니다. 20년간 매일 성실히 한 자리에서 일하셨던 아주머니가 드디어 여닫을 문이 있고 형광등을 다는 천장이 있는 가게를 마련했다는 사실에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다음 주 주말 저는 화수 떡볶이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여전히 소녀 같은 얼굴의 아주머니는 거대한 나무 주걱으로 떡볶이 판을 슬슬 휘젓고 계셨습니다. 저는 떡볶이와 순대와 튀김 포장을 말씀드리고 가게 안을 잠시 둘러봤습니다. 4개의 테이블 중 하나에는 번창하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리본을 단 조그마한 화분이 있었습니다.


이윽고 아주머니가 음식이 담긴 검은 봉지를 제게 주셨습니다. 저는 값을 치르며 축하드린다고 멋쩍은 듯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대답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저는 눈물이 날 것 같아 꾸벅 인사하고는 가게를 빠져나왔습니다.



일이 끝나 저는 다시 떡볶이집을 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장마차에 붙어 있던 그 흰 종이에 쓰여 있던 글씨와 가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화분 그리고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를 지금도 오랫동안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올해가 가기 전 꼭 한 번 찾아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그 집 떡볶이, 무척 맛있거든요.


마음산책 편집자님도 올해가 가기 전 잊고 있었던 사람, 그때 그곳을 무사히 만나고 찾아가는 기회가 생기시길 바랍니다.


내년에도 계속 만나요, 우리.



[chaeyooe_book]

출처 = YES24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2018

작가 김금희

출판사 마음산책

소설의 첫 문장 (책 제목과 같은 소설이 없는 작품집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의 첫문장을 옮깁니다)

[춤을 추며 말없이]

내가 꼴통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B품이라고 하기도 했으며 더러는 그냥 기계, 폐품이라고 한 그것을 할아버지에게 선물한 사람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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