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가 우디를 놓았다

<토이 스토리 4>를 보고

by Chaeyooe



착한 우디가 불안한 이유

우디(톰 행크스)는 착한 사람 아니 장난감이다. 현재 주인 보니(마들렌 맥글로)에게 성실하면서도 전 주인 앤디(존 모리스)를 잊지 않는다. 우디는 착한 리더이기도 하다. 구성원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간다. 무시무시한 독재자가 있는 탁아소와 막강 호위대가 지키고 있는 골동품점으로 돌아가는 것도 그는 마다하지 않는다.


팀 분위기도 잘 살핀다. 무리 내에 장난감으로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면 주특기인 긍정 스피치로 모두를 안심시킨다. ‘아이는 장난감을 사랑해’, ‘함께라면 괜찮아’ 등의 메시지는 이른바 ‘우디 리더십’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우디가 걱정스러웠다. 그가 최선을 다해 돌보는 대상에 항상 우디 자신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이 스토리 4>에서의 우디는 다르다. 마침내 우디는 우디를 생각한다. <토이 스토리 3>에서 함께 있기 위해 자발적으로 앤디의 ‘COLLEGE’ 박스에서 나와 모두가 담긴 ‘Attic’ 박스로 자리를 옮겼던 우디가 이번 편에서는 자신을 위해 ‘내가 있을 곳’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디는 주인의 눈동자가 아닌 무한한 공간 저 너머(To Infinity and Beyond)의 하늘을 바라본다.


출처 = IMDb <Toy Story 4>


인생에서 의미 빼면 뭐가 남나요

장난감 우디는 의미 중독자다. ‘인생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때 불안해한다(안광복)’는 인간과 다를 바 없다. 의미 없는 삶을 그는 살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좇는 삶의 의미인 장난감의 의무를 다하고 공동체 정신을 지키는 데에 열중한다.


<토이 스토리 4>는 이런 증세가 더욱 심각해진 우디를 보여준다. 현재 그는 ‘항상 엔진을 켜(델리 스파이스)’두기만 하는 장난감 신세다. 무려 세 번 연속 보니의 파트너로 선택받지 못해 먼지 가득한 옷장 안에 남겨졌다.


예전만큼 장난감으로서 주인과 놀아 주지 못하고, 리더로서 행동하는 데 물리적으로 제약을 받는 상황은 의미 중독자인 우디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긴다. 그는 의미 찾기 행동을 앞으로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더 이상 나를 제일 좋아하지 않는 주인과 선택받은 동료들을 옷장 틈새로 바라보며 그는 말 그대로 오만 가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는다.


출처 = IMDb <Toy Story 4>


내 인생을 구하러 온 나의 포키

포키(토니 헤일)는 의미 상실 위기에 처한 우디가 점찍은 새로운 의미다. 우디는 쓰레기였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포키를 어엿한 보니의 장난감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는 고꾸라질 듯 종종대며 쓰레기통 안으로 몸을 던지는 포키를 잡아채 보니 옆에 옮겨 놓고, 내가 왜 장난감이 되어야 하냐고 포키가 삑삑댈 때마다 장난감 정체성에 관한 주입식 교육을 한다.


곁가지이긴 하나 이러한 우디의 열성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부모의 그것과 유사해 흥미롭다. 두 캐릭터를 유사 부자 관계로 보는 시각은 우디가 포키의 탄생에 직접 관여한 사실을 생각하면 특별할 것이 없다. 우디가 쓰레기통에서 포크 숟가락과 털 철사 등을 가지고 나와 보니가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포키는 만들어질 수 있었다. 포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보니지만 포키를 구성하는 육체를 마련한 건 우디인 셈이다.


밤낮을 포키에게 전념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대체할 수 없는 삶의 의미가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포키와 단둘이 걷는 늦은 밤 도로에서 우디는 주인에게 사랑받는 행복함과 사랑받지 못하는 두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 장면이 아름다운 건 은은하게 퍼지는 달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출처 = IMDb <Toy Story 4>


이러니 우디가 안 변해?

그래서 보 핍(애니 포츠)은 대단하다. 장난감의 의무와 공동체 정신으로 단단히 빚어져 어떨 때는 실체 없는 거대한 관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우디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퓨리오사(<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와 같은 전사의 모습으로 우디와 9년 만에 재회한 보 핍은 누구처럼 의미 중독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실존주의자에 가깝다. 장난감에는 주인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본질이 있다는 걸 그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떤 목적도 없이 그냥 태어난 보 핍은 자유롭게 결정하고 마음먹은 일을 실천한다.


주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최고로 여기는 장난감 사회에서 벗어나 스스로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고, 직접 행동한다는 점에서 그는 아나키스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놀랍지 않다. 스컹크 카 안에 단출한 살림을 싣고 유랑하는 존재가 된 그는 과거에도 애들은 늘 장난감을 잃어버린다며 주인과 헤어져도 울먹이지 않는 비범한 장난감이었다.


출처 = IMDb <Toy Story 4>


우디는 포키 구출 작전을 ‘팀 보 핍’과 함께 하며 점차 의미 중독에서 벗어난다. 그는 그동안 마음속에서 저절로 생겨났다고 믿었던 내면의 소리가 실은 의무감과 책임감이 만들어 낸 자기 최면이었음을 깨닫는다. 우디는 ‘만약 어떤 소리가 내게 들린다 해도 그것이 천사의 소리임을 결정하는 사람은 나 자신일 것이(「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고 했던 사르트르의 진리를 체감한 최초의 장난감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팀 우디’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보 핍과 지금 이곳에 남고 싶다. 그것이 우디가 처음으로 들은 진짜 내면의 소리였기 때문이다.





[chaeyooe_cinema]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감독 조시 쿨리 Josh Cooley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한 솔로 무비.
[★★★★]





keyword
이전 14화마지막을 떼면 달리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