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을 읽고
경애 씨에게
경애의 마음을 다 읽고 나니 경애씨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저는 경애 씨가 구로에서 1호선을 타고 끝자락까지 와서 은총을 만났던 그곳. 동인천역 근처에서 오래전부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애 씨. 언젠가 저는 경애 씨와 만난 적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경애 씨가 은총과 영화를 보던 ‘어딘가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애관극장 앞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거나 피아노 학원을 가기 위해서 지나쳐야만 했거든요.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경애 씨가 제 어릴 적 기억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네요.
경애 씨. 저는 그 골목에서 화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저와 달리 엄마께서는 그 일의 사상자 수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평일 아침마다 지하철 타러 가기 위해서 저녁에는 먹을 것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지나갔던 그 골목에서의 일 말입니다.
주말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가 문뜩 떠올랐습니다. 마트 근처에 있는 문화회관 뒷문 주변에 화재 참사 추모비가 있다는 사실을요. 저는 오이와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든 장바구니를 들고 그 추모비 앞에 서서 경애 씨를 떠올렸습니다. 앞으로 종종 이곳에 다시 서서 제가 경애 씨를 생각하는 이 마음을 폐기하지 않겠다 속으로 말했습니다.
경애 씨. 저는 닭강정을 튀기고 짜장 소스를 볶는 냄새가 진동하는 동네로 흔히 알려진 이곳 동인천에서 여전히 사람 없는 애관극장에서 조조 영화를 보고요. 일요일에는 아침을 먹고 한적한 자유공원에 올라가 산책을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곳에서 이런 하루를 반복하며 잘 살아갈 것 같습니다.
경애 씨도 어딘가에서 그렇게 살기를 대책 없이 바라봅니다.
[chaeyooe_book]
경애의 마음 / 2018
작가 김금희
출판사 문학동네
소설의 첫 문장
그의 차로 말할 것 같으면 그의 인생을 모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일단 다섯 사람이 탈 수 있지만 뒷좌석에 짐이 차 있고 조수석은 조수석대로 당장 필요한 자질구레한 소지품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 차는 오직 그, 공상수 한 사람을 위한 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