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터는 그 '집'이다

by Chaeyooe


7s-tdbs-1080p.mkv_001655770.jpg 영화 '더 딥 블루 씨'


아이가 너무 많다.


어른 둘에 아이 열. 저출생 국가가 맞나 싶다. 지뢰처럼 퍼져있는 장난감을 하나하나 주워 담다보면 등 뒤로 아이 하나가 운다. 재빨리 무릎걸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간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어 보인다. 아이의 눈물을 닦는데 장난감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또 다시 지뢰를 제거하러 간다.


일이 많다. 낮잠시간에 다 처리해야 한다. 정부는 이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쓰라지만 불가능하다. 보육일지, 행사일지, 관찰일지, 투약일지. 쓸 게 산더미다. 아이들도 지켜봐야 한다. 그전에 약부터 먹자. 이명에 좋다는 한약이다. 어린이집에서 일한지 1년이 지나자 이명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이젠 밖에서도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짝꿍 선생님은 그게 직업병이라 한다. 무릎 약도 먹어야 한다. 무릎 꿇은 채로 아이들을 입히고 먹이니 무릎 잘 날 없다. 그런데 이건 양약이다. 한약과 양약을 동시에 먹어도 되나. 설마 죽진 않겠지.


“승권이 얼굴에 상처가 났더라고요.” 오후 3시 40분.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가 인사도 없이 묻는다. “선생님을 의심한다는 게 아니라요. 요새 하도 난리니까.” 그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콩나물국을 쏟은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는데 저쪽 아이들 무리에서 우는 소리가 났다. 승권이었다. 준우가 손으로 할퀴었단다. 아이 얼굴에 손톱만한 상처가 났다. 가슴이 철렁했다. 천장에 붙은 CCTV를 올려다봤다. 다 찍혔겠지. 평소에는 숨 막히지만 이럴 때 나를 보호하는 건 저것 밖에 없다. 나는 매일 열 명의 아이를 돌보지만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죄송합니다. 준우가 실수로 그랬대요. 둘이 화해했어요.” 고개를 숙인다. 아이 엄마는 대답 없이 밖으로 나간다. 어디선가 아이 우는 소리가 또 난다. 다시 달려가야 한다. 나는 아이를 사랑한다. 사랑해서 이 일을 선택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해야 할 아이는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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