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에서의 망상이란?
명사
1.
이치에 어긋나는 망령된 생각. 낭지(浪志). 망념(妄念).
"∼에 빠지다"
2.
심리학
병적으로 생긴 비합리적·주관적인 판단이나 확신. 피해망상·과대망상 따위.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망상하지 말라는 말을 참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망상이 뭘까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위의 설명처럼 매우 이치에 어긋나는 생각을 망상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공부에서 말하는 망상은 이런 사전적 의미와는 매우 다릅니다.
망상이냐 아니냐는 생각의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합리적인 생각을 하던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던 그 내용이 망상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보통 우리가 하는 생각들은 모두 망상입니다. 적어도 생각의 내용에 빠져서 끌려들어 가지 않는 한은 말입니다. 생각의 내용에 끌어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생각의 내용과 대상들이 모두 허상이라는 확철한 앎을 말합니다. 생각으로 떠올리는 앎이 아닙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그러한 망상의 내용은 모두 '실체적 관념'입니다. 즉, 무언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착각과 다름 아닙니다.
"사과가 참 맛있게 생겼구나"
"오늘은 친구를 만나야지"
"내일 약속은 어떻게 하지"
"그녀는 왜 나를 싫어할까?"
생각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것이 망상임을 결정하는 요인은 이러한 생각의 대상에, 혹은 생각 자체에 실체적 관념이 붙어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아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망상이고 뭐고 말할 건더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살아있는 동안은 끊임없이 생각은 일어나고 끊임없이 숨은 쉬어질 겁니다.
무기에 빠진 멍~ 한 인간이 되는 게 공부는 아니에요. 칼 때문에 사람이 다친다고 숟가락으로 환자를 수술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도 사람들이 생각에 떡이 되어, 생각을 자기라고 착각하고 허우적거리니 응급조치로 떼어놓는 겁니다. 알코올중독에 걸린 사람한테 '알코올을 잘 사용해서 마셔라'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 일단은 못 마시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눈앞에 사과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생각도 사실이라고 믿고 끌려가면 사실이 됩니다. 사과도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끌려가면 바로 사실이 됩니다. 그러나 둘 다 연기로 일어나 스스로 자체성이 없는 허깨비와 같다는 것을 알면 둘은 똑같습니다. 꿈속에서 눈앞의 사과나, 꿈속에서 일으키는 망상이나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마음으로 마음을 깨달아야 하니 이 점이 어렵다면 어려운 점입니다. 그래도 스스로 최면을 걸었으니 스스로 깨어나야지 별수 있겠습니까.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