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법에서 마주하게되는 문제
한순간도 머무는 것이 없다는 것이 동의가 되나요?
모든 것이 매 순간 변하죠. 연기로 일어난 것들이니 자체성이 없다는 말도 이제는 입이 아플 정도로 많이 되풀이 했습니다. 이렇게 빈 것들이니 단 한 순간도 머무는 것 없이 환영 처럼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어진다고 할 것이 도무지 없다고 하죠.
<나>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끊임 없이 변하고 이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로 치자면 나도 필름 한 컷 속의 그림이고 다른 대상들도 그 필름 속의 그림입니다. 아시다시피 필름 속의 대상은 절대 다음컷으로 연결 되지 않습니다. 착각으로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여기까지 인정이 된다면 이제 돌아올 생각은 말아야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아주 골똘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합니다. 나도 끊기고 대상도 끊기는데 그 대상들이 쭉 이어지고 존재한다는 착각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도대체 어떻게 그 존재감의 착각은 전이가 되느냐 말이예요. 앞선 착각 정보를 뒤에서 받는 놈이라도 있는 걸까요?
앞 필름 속의 <나>가 뒷 필름 속의 <나>에게 그 경험을 전달해 주는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 끊김을 이어주는건 뭘까요?
연기법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이 순간순간 변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면 이 질문에 꼭 답을 찾아야 합니다. 답을 하기 싫다면 앞의 명제를 부정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