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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말록 Nov 20. 2023

미완성의 완성

소설 속의 주인공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기-승-전.... 그러다 문득 주인공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사망한다. 그리고 소설이 끝난다. 언제나 우리의 삶의 모습은 이렇게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다가 끝나버린다. 그것이 젊은 나이의 요절이던지 황혼을 바라보는 노인의 죽음이던지, 언제나 이루지 못한 꿈과 풀지 못한 이야기의 중간에서 문장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미켈란젤로 '론다니니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조각 작품인 '론다니니 피에타'는 '완성'이란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완성되지 못했다. 미켈란젤로 자신도 이 작품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미완성이라 이름 짓는 이유는 그것이 '완성'이란 목표의 중간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는 스테이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완성이란 결국 만드는 자의 주관적인 기준에만 존재하는 관념이다.


내 '작가의 서랍'에는 미완성된 글들이 1 백 편이 넘는다. 나는 그 글들을 모두 완성시킬 생각이 없다. 그 글들은 모두 그대로 완벽하다. 다만 사람들에게 전달할 무엇이 없으므로 발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글들을 쓰는 순간 그것 자체로 완벽하다. 어찌 보면 발행을 위한 글들에 비해서 더욱 완전할 필요없는 그대로의 완전함이 있다.


미완성 또 한 관념이다.


그 무엇에도 완성과 미완성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이 부족함 없이 완벽하다.


무언가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할 때만 완성이 필요할 뿐, 실제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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