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날 문득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갑자기 육체가 태어나고, 어느 순간에 갑자기 자아의식과 자유의지라는 것이 생겨난다는 이야기, 이 황당한 이야기를 우리는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믿을 수 있을까요.
태어나는 그 순간 없었던 '나'는 어째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며, 태어나는 순간 없었던 그 '나'의 자유의지는 어째서 갑자기 생겨났다는 것일까요. 나의 허락 없이 심장은 뛰어대고 피는 돌며 숨은 쉬어지고 졸음은 몰려오고 배는 고파지고 욕망은 일어납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에서부터 행사하지 못하는 자유의지란 것이 과연 어디에 존재하며 그것을 행사할 '나'란 것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한다는 것일까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 근본적인 기괴함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의 허상이 드러납니다. 자유의지를 행사할 그 누구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진실을 가리는 건 그저 익숙하고 근거 없는 믿음뿐입니다. 자유의지란 것도, 그것을 행사하는 '나'라는 것도 생각 속에만 존재할 뿐입니다.
'나'라는 환상은 '자유의지'라는 믿음과 함께 만들어집니다. 씨앗이 떨어져 적당한 원인과 조건들, 즉 물과 토양 태양과 적당한 온도의 공기 등이 갖추어지면 씨앗은 나무로 자라납니다. 여기에 과연 자유의지라는 것이 붙을 수가 있나요? 씨앗이 나무가 되기를 선택한 게 아닙니다. 토양이 나무를 키운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것도 나무를 키우려고 선택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무를 자라도록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씨앗이 사과나무가 될지 땔감이 될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듯 보이는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자신은 여기서 얼마나 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