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비유
하얀 밀가루처럼 입자라고 할 것이 없을 정도로 고운 가루가 고르게 퍼져있는데, 그 위로 작은 물방울이 하나 똑~~ 떨어지면 밀가루가 엉겨 붙어서 하나의 덩어리처럼 인식이 되듯, 우리의 생각(개념)은 마치 그 물방울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떨어져 덩어리가 아닌 것을 덩어리로 만들고 인식해버리게 만든다. 실제로 덩어리 진 것이 아닌데도 그런 것처럼 생각에 의해 덩어리로 인식해버린다. 각종 덩어리를 가지고 덩어리 놀이를 하지만 실제로는 밀가루일 뿐이며 그 밀가루의 가루 알갱이 조차 떨어진 물방울로 개념 지어진 아주 미세한 개념 덩어리인 것이다.
개념 이전에 이렇게 물체들이 덩어리 지어져 있는 것을 내가 인식할 뿐이라고 하지만 그 또한 실제로 덩어리 진 물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생각으로 개념 지어진 것에 불과하다. 이 부분이 사실 기존의 상식과 믿음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쉽지 않아 많이들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이건 어렵고 쉽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보느냐 아니면 개념과 믿음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우리는 평생 뒤통수란 것을 본 적이 없는데도 나에게 뒤통수가 존재한다고 믿고 산다. 거울을 봤더니 있어서 믿고 남들을 보니 다들 뒤통수가 있길래 나도 있을 거라고 믿는다. 손으로 더듬어 보니 감촉이 느껴질 뿐이지만 그 감촉을 토대로 뒤통수를 시각적으로 상상한다. 사진을 찍으니 뒤통수가 나오길래 그것을 내 뒤통수라고 믿지만 정작 평생 자신의 뒤통수를 한 번 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고 당연하게 나에게 뒤통수가 온전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나에게 뒤통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뒤통수란 게 존재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휴대폰은 납작한 사각기둥 모양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목격하는 휴대폰은 언제나 평면이다. 입체적인 45도 각도라고 해도 그저 입체적인 평면 그림일 뿐이다. 우리에겐 실제적으로 입체를 인식할 수단이 없다. 다만 평면을 입체로 재구성하는 재주가 있을 뿐이다. 돌렸더니 뒷모양이 있고 돌렸더니 앞 모양이 있을 뿐 돌리지 않고서도 뒤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투시력이 없다. 다만 정보를 취합해서 그런 입체적인 사각기둥 모양의 휴대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그렇게 생각해서 저장된 것이 바로 개념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는 데이터와 머릿속의 개념은 같은 것이 절대 아니다. 아무리 컴퓨터 게임 속에서 총싸움을 한다고 해도 거기엔 총도 없고 사람도 없다. 그러니 싸움이 있을 수도 없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란 걸 알지만 혹여나, 심심함과 호기심이 충만해서 뒷걸음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행운아가 있을까 싶어 오늘도 이렇게 돌 하나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