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말록 Jun 13. 2023

깨어남, 기다리지 않기

깨어남에 대한 환상이 좀 많죠. 여러 체험을 들으면서 하나씩 상상이 자리 잡은 탓이죠. 대부분은 범상치 않은 신기한 이야기들입니다. 유명한 고승들과 선사들의 험난한 고행과 드라마틱한 깨우침의 순간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죠.


많은 분들이 언젠가 그런 깨우침의 순간이 나에게 오기를 기다리면서 공부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깨어남을 기다리는 동안은 결코 깨어남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죠.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깨어남은 지금의 일이고 기다림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둘째치고 ‘지금’이 아닌 다른 곳에 관심이 쏠려 있다면 업은 아이 3년 찾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니… 설마 그럴까 싶지만 정말로 지금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 그와 같습니다. 업고 있는 아이를 찾겠다고 경찰서로 미아센터로 돌아다니면 아이가 찾아질까요? 아이를 찾는 행위가 오히려 아이를 찾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됩니다. 잃어버린 적이 없는 아이를 무슨 수로 다시 찾나요. 유일하게 필요한 것은 제자리에 서서 자신과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돌아보는 것뿐입니다.


진리라는 것이 특별한 행위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그런 조건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진리일리가 없겠죠. 그래서 기다림이 필요 없는 겁니다. 깨어남에 있어서 기다림과 기대함은 분명 장애가 됩니다.


무엇이 마음입니까? 지금 이렇게 보고 있는 이 화면이 바로 마음입니다. 내 마음이 아니라 그냥 마음이고요 이 모든 경험이 내 경험이 아니라 그냥 경험입니다. 이미 깨어남 속에 있으니 기다릴 방법도 기대할 방법도 애초에 없었다는 말이죠.














작가의 이전글 이완의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