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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말록 Jun 11. 2023

이완의 기술

엇을 하든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이완이죠. 요가나 명상 혹은 참선에서도 이완하라는 말을 먼저 합니다. 육체의 관점에선 자기도 모르게 힘을 주고 있던 근육에 힘들 빼는 것이고 의식의 관점에서는 초점을 푸는 겁니다. 


이완을 하라는 이유는 간단해요. 굉장히 편해지거든요. 몸도 마음도 편해집니다. 이완은 확장의 과정입니다. 하나의 초점을 내려놓고 전체를 아우르는 과정입니다. 이건 사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마치 한껏 움츠린 용수철이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편해집니다. 그렇게 이완된 상태일 때 그동안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었던 것이 드러나기 쉬워집니다. 모든 것의 시작점이죠. 


그렇다고 해서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을 기다리는 건 아닙니다. 그동안 내내 경험해 왔지만 관심이 대상에 쏠리면서 잊었던 것을 새삼 다시 발견하는 것뿐입니다. 


범주(context)가 달라지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초점을 풀면 범주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완된 상태에서는 그동안 의미를 두었던 것들이 리셋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그저 단순히 멍~ 한 느낌으로 머물 수도 있고요. 


어떤 식이든 상관없으니 평소 생활하면서 자주 이완을 해보세요. 명상을 위해서 따로 시간을 내서 자리 깔고 앉는 것보다 공부하는 데 훨씬 도움이 많이 됩니다. 별도의 조용한 장소도 필요 없습니다. 시끄러운 곳이라도 상관없고 조용한 곳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5분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경험의 특정 부분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닌 경험 자체, 경험의 전체를 평등하게 바라보시면 됩니다. 적극적으로 바라본다는 상태가 아니라 수동적인 바라봄입니다. 몸뿐만 아니라 의식에도 힘을 빼는 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는 관심이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되죠. 읽는 행위를 통해서 의미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일어납니다. 이제 이완을 해봅니다. 단어 단어 문장 문장이 아니라 시야에 들어오는 글 덩어리 전체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화면 밖의 배경까지 한눈에 받아들입니다. 이때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무심하게 관찰만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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