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자체의 맛
맨 처음 영화라는 게 나왔을 때 사람들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죠.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열차의 도착'이란 50초 남짓 짧은 영화가 파리에서 처음으로 상영 됐을 때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한 나머지 몇몇 사람들은 기차를 피해 극장에서 뛰쳐나오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은 없죠. 물론 공포영화를 보고 여전히 공포를 느끼고 스릴을 느끼긴 하지만 영화 자체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기엔 영상 매체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합니다.
매 순간 아무런 노력 없이 경험되고 펼쳐지는 우리의 경험도 그렇게 익숙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나 '그랜드캐년' 정도는 가야 그나마 경이로움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비로운 건 경험의 내용이 아니라 '경험' 자체라는 거 아시나요? 너무 익숙해서 언제나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의 내용만을 쫒지만 정작 그보다 신기한 건 우리의 경험 자체입니다. 경험의 내용이 지루하든 즐겁든 괴롭든 상관없이 저절로 펼쳐지는 그 모든 경험 차체가 신비인 거죠.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고 촉감도 느껴지고 공간처럼 펼쳐지는 걸까요.
내용 말고 경험 자체의 맛을 보세요. 존재의 맛, 무한의 맛, 나라는 존재의 맛이 바로 그 경험 자체의 맛입니다. 매 순간 맛보고 있는데 너무 오래돼서 없는 맛이 돼버린 그런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