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항상 우리의 시야에 먼저 들어오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코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는 우리의 코는 언제나 그렇게 우리와 함께 있다. 재미있겠도 코가 우리의 시야를 항상 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코는 의식적으로 내려다볼 때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시야를 벗어나 있다가 보려고 할 때만 짠~ 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이미 그렇게 있지만 초점을 맞추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다.
깨어남은 항상 이런 코와 같이 한 순간도 우리와 떨어져 있지 않다. 항상 경험하고 있지만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문득 의식하고 그것에 초점을 맞출 때만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안경을 끼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안경 렌즈를 보지 못한다. 안경을 통해서 모든 것을 보면서도 그 안경 렌즈 자체는 볼 수가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항상 보고는 있지만 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코가 있습니다.
지금 그 코를 한 번 보세요.
당신에게 안경 렌즈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그 렌즈를 한 번 보세요.
이때 우리의 의식은 그 대상에 초점을 이동해 맞춘다. 비로소 코를 보고 렌즈를 보게 된다.
본성을 자각하는 요령이 바로 이와 비슷하다. 물론 그것은 코와 같은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라서 그렇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의식의 초점이 이동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부분이 아닌 전체, 즉 그 앎 자체로 초점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당신의 코처럼 그 앎이 버젓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이 보통 글의 내용에만 머무르기 때문에 본성을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지금까지 글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깔끔한 마무리로 손가락이 아닌 달을 한 번 봐주길 바란다.
1. 글의 내용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글자 자체를 바라보고
2. 흑과 백을 바라보고
3. 마지막으로 그것을 뻔히 알고 있는 의식을 문득 자각해 보면 된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코다. 이 글들은 모두 그 코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계속해서 찌르는 바늘이다. 각자의 코를 확인했다면 바늘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