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꼬리찾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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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일터에서 각자 역할이 있다. 아파트를 나서며 만나는 경비원부터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 그리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팀장이나 본부장 같은 역할을 부여받고 그게 따라 일을 한다. 이렇게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역할의 임시성을 잊어버리고 과몰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내 밑에 있는 직원은 인간적으로 내 밑에 있는 듯 여기거나 내 위에 있는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내 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직장 내에서 괴롭힘이 생기고 직접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들을 ‘감정 노동자’라고 부르는 상황까지 생겨났다.
모 정유회사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꼬리 옮김을 이용해 멋진 광고를 하나 만들었다.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거는 손님이 상담원의 응대를 기다리는 동안 순간적으로 꼬리를 옮길 수 있도록 통화 연결음을 통해 메시지를 던졌다.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상담해 드릴 예정입니다
고객과 상담원이라는 관계 설정을 흔들어 놓기 위한 영리한 꼬리 옮기기다. 나는 고객이고 너는 기업의 서비스를 대표하는 상담원이야!라고 설정하고 서비스의 불편을 쏟아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고객을 그야말로 멈칫하게 하는 순간이다. 그녀는 이 회사의 상담원이기도 하지만 또한 누군가의 귀한 딸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랑하는 연인이기도 하다고 꼬리를 마구 옮겨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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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얘기 할 것도 없이, 우리 대부분은 중고등 학교를 지나면서 어머니에게는 유독 까칠했던 자식이었다. 호르몬 탓으로 돌리기에는 성인이 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중 삼중 생활이 끝이 없는 것을 보면 이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봐야 한다. 회사에서는 근엄한 이사님이고 가정에서는 말도 안 되는 몸개그로 가족들의 점수를 따려고 무리수를 두는 부족한 아버지고 사장 앞에서는 한 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내시 무리 중에 하나다. 누군가 ‘당신은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당신은 그 말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 표현은 단지 당신이라는 존재의 극히 일부분에 대한 묘사일 뿐이라서 아마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그도 그렇다. 나의 문제도 아니고 당신의 문제도 아니고 그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관계의 문제일 뿐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그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는 말은 결코 맞지 않다. 그 사람은 ‘나에게’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해야 한다.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대상이 되는 사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는 사실은 ‘꼬리 옮기기’를 통해 이렇게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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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의 문제는 앞서 우리가 살펴봤던 기본 모델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A를 나라고 할 때 B는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이다. 관계에 따라서 A와 B는 서로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그 정의되는 방식은 개별적이거나 독립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A와 B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만들어진다. 관찰자인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 관계는 매우 뚜렷하지만 내가 맺는 관계에서는 그렇게 선명하게 보지 못한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나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듯 보이는 것이다. ‘나’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간과하는 것은 큰 실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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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찾기 :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