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분께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주셨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에서 책을 추천해 본 적은 없어서, 이번 기회에 개인적으로 공부에 큰 도움을 받았던 책 몇 권을 소개해 본다. 사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 많지는 않다. 읽은 책들 대부분이 단지 부분적으로만 유용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추천하기는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끔한 책이 의외로 찾기 어렵다.)
공부의 큰 두 갈래는 ‘연기법’과 ‘심법(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부 풍토는 심법(선) 위주다. 불법이 연기법임을 표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교에서 조차도 연기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그만이지만, 연기법의 무지막지한 도움으로 받은 나로서는 언제나 연기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다. 강조를 한다고는 해도 사실 연기법 관련해서 추천할 만한 책도 아쉽지만 역시 많지 않다.
1. [필수] ‘이것이 깨달음이다’ - 백창우
선과 연기법을 아우르며 깨달음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 두께가 좀 있지만 짧은 문장으로 간결하게 쓰여 있어서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다. 공부의 여정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어서, 백과사전처럼 참고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선생님을 만나서 나에게는 그 자체로 스승인 책이다.
2. [필수] 연기맵이면 누구나 깨닫는다 - 백창우
연기법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쉽게 설명한 책. 내용이 간결하고 책이 얇아서 읽기가 쉬운데,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의 큰 단점이다. 처음 읽고 쉽다고 생각되면 책의 내용을 오해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연기법 공부를 하면서 끊임없이 읽고 또 읽었던 책.
3. [필수] 무경계 - 켄 윌버
비이원 그리고 의식의 구조를 통합적으로 풀어낸 책. 처음 읽을 때 어렵게 느껴진다면 5장(무경계 순간) 까지만 읽고, 시간을 두고 다음에 처음부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러나 5장까지 어렵지 않게 읽힌다면 나머지 부분까지 완독해도 상관 없다. 역시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읽어보면 자신의 공부가 성장만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만 이 책은 켄윌버가 무려 스무살에 쓴 책이라 공부가 부족한데서 오는 흔적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족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4. [추천] 틱낫한의 사랑법 (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 - 틱낫한
연기법을 쉽고 아름답게 풀어낸 책이다. 현재는 절판으로 알고 있는데, 중고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두께가 얇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연기법을 이렇게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다니… 운이 좋다면 눈을 뜰 수도…
5. [참고] 현재의 삶으로 돌아오다 - 임순희
선공부의 여정이 솔직하게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선 공부가 어떤 식의 과정을 거치는지 참고해 보기 좋은 책.
6. [참고] 깨어남에서 깨달음까지 - 아디야 샨티
서구 영성가들이 어떤 식으로 깨달음의 과정을 겪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 전 책(현재의 삶으로 돌아오다)과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다. 둘 다 심법이라는 점은 같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달라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비교를 해보며 읽으면 도움이 된다.
어떤 책은 그 자체로는 훌륭하지만 왠지 잘 읽히지 않는 책들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읽을 때가 아니라는 신호다. 좋은 책은 특정한 시점에 자신의 눈높이에 맞을 때 그 빛을 발한다. 따라서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억지로 읽을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틈틈이 시도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