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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감옥, 감옥같은

탈옥의 기술 : 열다섯 번째

by 나말록

훈련병 시절 후반기 교육을 받기 위해 운전교육대에 입소했다. 추운 겨울 군번이라 어찌나 괴로웠던지, 매일 저녁 모든 게 꿈이기를 기도하면서 잠에 들었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그리운 내 방 침대에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내무반에 붙어있는 교관실로 끌려가 구타당하는 훈련병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공포 속에서 잠이 들었다. 꿈이 아닌 게 확실하지만 그래도 실감 나는 꿈일 수도 있으니, 그렇게라도 희망을 가져보는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끔찍하게 괴로운 순간에는 이 모든 것이 제발 꿈이기를 바랄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악몽에서 깨어난 경험을 떠올려보면, 그 순간의 안도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강렬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꿈이었구나' 하고 중얼거리던 그 순간, 세상은 다시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 되었다. 군대에서 나는 매일 밤 그와 같은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것이 한낱 악몽이었기를, 그리고 따뜻한 내 방에서 평온한 아침을 맞이하기를 말이다.


삶이 꿈과 똑같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실제로 이 세상이 꿈과 다름없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단지 인생이 꿈처럼 허무하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밤에 꾸는 꿈과 똑같은 꿈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당신이 깊은 잠을 자는데 꿈속의 누군가가 다가와 "지금 당신은 깊은 꿈을 꾸고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꿈속의 당신은 아마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얼굴을 꼬집을 것이고, 통증을 느낄 것이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것들이 무슨 꿈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당신에게 지금 꿈을 꾸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믿지 못할 것이다. 그저 관용적인 표현이겠거니, 깨달음을 이해시키기 위한 방편이겠거니 싶을 것이다. 꿈속에서 만난 사람의 말이 실제로 맞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꿈에서 깨어나는 것뿐이다. 그전에는 엉뚱한 얘기로 치부할 것이다. 스스로 직접 깨어나기 전까지 그저 허튼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꿈속의 당신처럼 말이다.


설령 이 말을 믿고 싶다고 해도, 믿으려고 노력해도 이것은 해결되지 않는다. 믿음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꿈임을 믿는 것과 직접 깨어나서 '그것이 꿈이었구나'를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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