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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꼬리찾기 #2

by 나말록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기 위한 이 흥미로운 여정을 아주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바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듣더라도 당장은 독자 모두가 각자의 고정관념에 기대어 이 말을 해석할 것이기 때문에 그 본래의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기는 어렵다. 이것이 맨 처음 마주하는 근본적인 어려움이다. 이것은 인식의 구조적인 문제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고정관념’이라는 단어, 그 고정관념에 가려진 말의 본래 의미를 끄집어내는 것은 이 여정의 매우 유익한 출발점이 된다.




고정관념은 말 그대로 ‘고정’된 ‘관념’을 뜻한다. 사실, 우리 인식 체계 안에서 고정되지 않은 관념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고정관념'이라는 말은 마치 ‘족발(발+발)’이나 ‘역전앞(앞+앞)’처럼 의미가 중복된 표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정관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정’이라는 속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고정관념은 우리의 의식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검증되지 않은 가정과 믿음의 집합체를 말한다. 보통은 '틀에 박힌 잘못된 생각'이나 '편견'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굳어버린 사상이나 완고한 생각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특징을 넘어 그 본질적인 의미를 들여다보면, 겉보기와 달리 이 단어가 지닌 무게는 훨씬 더 묵직하다.


여기에서 다루는 고정관념은 단순히 틀에 박힌 생각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정신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고정된 생각이나 이미지(심상)를 통칭한다. 다시 말해, 내용의 옳고 그름이나 가치 판단을 떠나 '고정된' 모든 생각은 전부 고정관념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과학적 사실이나 대중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상식조차도 그것을 절대시 하는 순간 고정관념의 범주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강북에 사는 사람들보다 돈이 많다’와 같은 사회적 편견이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적인 고정관념이라면, 눈앞의 빨간 과일을 보고 ‘이것은 사과다’라고 생각하는, 너무나 당연해서 논의의 여지조차 없어 보이는 이 인식조차 알고 보면 모두 고정관념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가장 큰 덩어리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지구라는 세상에 살다가 죽는다는 거대한 판타지다.


이 주장이 다소 낯설거나 심지어 궤변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 다루고 있는 주제가 사실은 우리 의식 전반을 아주 근본적인 바닥까지 깊게 파고 들어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단지 A라는 생각을 B로 바꾸는 따위를 위해서 당신과 나의 소중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니니, 당장은 이해되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따라와 주기 바란다.


고정관념의 정의:
정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고정된 생각이나 이미지



고정관념이라는 말 자체는 부정적인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주로 쓰여 왔지만, 사실 고정관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 왜냐하면 고정관념은 하늘에서 우연히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생존과 생활에 분명한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삶을 통해 축적해 온 '경험의 요약본'과 같다. 우리는 이 요약본을 활용해서 반복적인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예측하고, 빠르게 대응한다. 즉, 방대한 경험적 정보를 유사한 범주로 구분하고, 그러한 패턴을 활용하여 뇌의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구인 셈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과'가 가진 공통된 특징을 파악하고, 세상의 모든 비슷한 과일을 '사과'라는 개념에 담아 생각하고 소통한다. 이런 개념의 단위들이 모여 더 큰 개념을 이루고 우리는 그것을 관념이라고 부른다. 개념은 관념의 하위 범주에 속하므로, 관념이라고 하면 당연히 개념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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