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찾기 #5
보통은 두 개의 대상을 견주어 살피는 것을 비교라고 한다. 가난한 친구와 비교를 해야 내가 부자인 것을 알고, 키가 큰 친구와 비교를 해야 내가 작은 줄 알 수 있다. 이렇게 비교의 목적은 특정 대상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데 있다. 드러난 대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비교가 필수인데, 이 비교를 통해서만 대상을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잘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비교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눈 뜨기 전에도 꿈속에서 비교를 한다. 우리가 사는 삶과 경험하는 모든 것이 알게 모르게 비교라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과연 삶 자체가 비교를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을 견인하는 근본적인 방식이 비교를 통해 이뤄지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비교를 통해 파악한 속성은 단지 그 비교의 순간에만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영희는 마트에서 사과를 고를 때 ‘큰 사과’를 고르기 이해 언제나 노력한다. 함께 놓여있는 여러 사과들 중에 가장 크고 선명한 색을 가진 사과를 고른다. 여러 사과들을 비교한 후 가장 크고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선택한다. 영희는 자신이 고른 사과를 ‘크고 가장 맛있는 사과’라고 생각한다. 이때 ‘크고 가장 맛있는 사과’라는 속성은 사과를 사서 집으로 가져오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영희는 과거 자신이 사과를 고르던 기억을 바탕으로 여전히 자신의 사과를 ‘크고 가장 맛있는 사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과거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관념일 뿐 실제로 영희가 가져온 사과에는 ‘크고 가장 맛있는 사과’라는 속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교를 통해 인식한 속성은 단지 그 비교의 순간에만 유효하다는 말이 이런 의미다.
이 말이 쉽게 수긍이 가지 않을 수 있다. 보통 이런 예를 들면, 상대적인 가치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영희가 고른 사과 자체에는 독립적인 속성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마치 영희가 사과를 고를 때 ‘크고 맛있는 사과’라는 속성이 실제로 그 사과와 한 몸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 여정을 함께 하며 서서히 밝힐 주제이므로 지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앞으로 반복적으로 하게 될 이야기 이므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조금씩 깊게 생각해 보자.
우선 가장 먼저 기본적인 비교의 단위로써 ‘크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사실 크기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 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건 뭔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우리 집에는 1m짜리 큰 인형도 있고, 3m짜리 소파도 있고 아주 작은 머리핀도 있고 아주 큰 냉장고가 2개나 있는데 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큰 냉장고라는 것은 그것보다 작은 무엇인가를 비교할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반대로 작은 머리핀도 그것보다 큰 무엇인가를 상정했을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애초에 크다 작다라는 것은 무언가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큰 냉장고가 잠시 후에는 작은 냉장고가 될 수도 있고, 지금은 작은 머리핀이 잠시 후에는 매우 큰 머리핀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크다 작다는 말 역시 그 비교의 순간에만 잠시 성립되는 속성일 뿐이다.
‘크다’ ‘작다’라는 것이 단지 개념일 뿐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상에는 고정적인 사이즈가 존재한다고 대부분은 믿고 싶을 것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고정관념이고 믿음일 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고정적인 크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크다 작다 하는 것이 단지 비교의 순간에만 잠시 존재하는 개념인 것처럼 대상의 절대적 적인 크기 역시 비교의 순간 에만 잠시 존재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모든 대상은 측정이 가능하지 않나요? 줄자로 재면 항상 고정적인 크기로 측정이 가능하므로 크기는 존재하는 거 같은 데요? 오늘 측정한 크기가 내일 다르게 측정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렇다면 고정적인 크기가 있다고 해도 맞는 거 아닌가요?
여기에 대한 답은 생각을 조금 깊게 해 보면 알 수 있으므로 이 장을 모두 읽은 후에 독자 스스로가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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