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에 대하여

꼬리찾기 #7

by 나말록


꼬리의 간섭은 당연히 개별적인 대상 사이에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좀 더 확장된 영역에서 살펴봐도 그 영향은 동일하게 발견된다. 보통 콘텍스트의 문제라는 말을 사용할 때가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범주(context)의 문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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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배에 관한 얘기를 하면 콘텍스트를 벗어난 것이다. 야구 경기에서 농구 선수가 뛰어다니면 이 또한 범주가 맞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범주는 대상을 둘러싼 주된 환경을 말한다. 그림에서는 A를 둘러싼 B가 바로 범주다. 사실 범주가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하는 기준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대상이 있고 대상이 속해있는 범주가 있으며 그것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A가 고정돼 있고 B 또한 독립적으로 고정돼 있다는 이원적 관념 구조의 허구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예를 들었던 비교와 기준에서 상대적 대극이 했던 역할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범주의 영향을 받은 대상은 다르게 해석된다. 역으로 대상에 따라 환경도 다르게 해석된다. 그렇다면 해석 말고, 본질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생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질적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본질이 변하느냐 아니냐는 이원적 관념에서 벗어나서 보면 그 또한 또 다른 개념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이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이 여정의 목표이기도 하다.


우선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이것이다. 독립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어째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가? 그 영향을 단지 일시적인 착각으로 치부하지 말고 심도 깊게 살펴보는 것이다. 실제로 분리라는 의미를 잘 살펴보면 서로 영향을 받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분리라고 할 수 있다. 분명 분리시켜 놓았는데 서로 소통이 일어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면 그것은 사실 분리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주변 상황이나 배경에 따라 대상은 다르게 보이거나 해석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사과’라는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 범주가 ‘싸움’이라면 이 ‘사과’는 ‘apology’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게 아니라 과일 가게 앞에서 나온 말이라면 ‘사과’는 ‘apple’의 의미에 가깝다. 다시 말해 꼬리의식이 싸움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apology’가 되고 과일 가게에 있다면 ‘apple’이 된다.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단어가 중의적이라는 것을 넘어 개념이 대상과 맺고 있는 연결의 본질을 드러낸다.

소리로서 ‘사과’는 ‘apple’ 도 아니고 ‘apology’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주에 따라서 ‘apple’ 일 수도 있고 ‘apology’ 일 수도 있다. 만일 과일 가게 앞에서 싸우던 사람이 갑자기 ‘사과’라는 단어를 내뱉는다면 이때는 ‘apple’ 일 수도 있고 ‘apology’ 일 수도 있다. 이때는 의미가 중간에 붕 뜬 상태가 되는데, 이것은 개념과 대상의 연결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임시적이라는 반증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서 마음이 불편하겠지만, 이것이 오히려 ‘사과’라는 개념의 본질을 제대로 마주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대상에 덧씌워진 개념이 바뀌는 것은 전적으로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범주 때문이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이라도 연결된 것처럼 범주가 끊임없이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꼬리의식의 위치는 범주 전체다. 즉, 상황 인식이다. 초점을 맞춘 대상 외의 ‘차집합’이 당신의 꼬리의식이 머무는 곳이다. 이것은 경험적으로 미리 만들어진 상황인식에 의해서 처음 발동되고 그 이후에는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조정되고 다시 구성된다.


우리가 다루는 이러한 사례들은 정확히 구분하자면 총 2가지 층위(레이어)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개념(생각)적 층위에 대한 부분이고, 두 번째는 감각적 층위 대한 부분이다. 개념적 층위의 경우 언어적인 기반의 경험이며, 감각적 층위는 비언어적 모든 경험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과를 볼 때 일어나는 생각이 개념적 레이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사과의 직접적인 시각정보에 의한 경험이 감각적 층위에서의 일이다. 이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당연히 서로 영향을 미치는 하나지만 이해의 측면에서는 분리해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설명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명확해질 수 있다. 이것을 간단히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CleanShot 2026-01-04 at 10.43.40@2x.png 개념과 감각 층위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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