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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Dec 10. 2024

삼국지 속 친위 쿠데타로 본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12.3 비상계엄 혹은 친위 쿠데타


윤석열 대통령이 12.3일 비상계엄을 선언하여 반나절도 못되어 해제된 사건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벌인 친위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 사건이 급박하게 돌아가 12.9일 현재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심지어 긴급체포와 출국금지마저 검토하고 있다.


친위 쿠데타는 권력 강화를 위해 기존 집권층이 벌이는 폭력적 정치 운동이다.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된 <삼체>의 첫 장면인 홍위병의 교수 인민재판 및 살해 장면 역시 마오쩌둥의 친위 쿠데타로 이용된 학생운동을 묘사한 것이었다.

삼체, 넷플릭스


역사에도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존재한다. 보통 친위 쿠데타는 집권세력이 기획하기에 초반에 실패할 확률이 낮다. 그러나 허울뿐인 권력자가 권력의 실체에 대항하여 저항하는 경우도 있다.


삼국지 위나라 황제 조모


삼국지의 조조의 아들 조비가 세운 조위(曹魏)는 조방 대에 고평릉 사변으로 인해 사마의에게 실권이 뺏긴 상태로 이어진다. 조방 이후 황제에 오른 조모(조조의 증손자,241~260)는 총명하여 당대 권력자인 사마소(사마의의 둘째 아들)의 경계 대상이었다. 그는 황권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사마소를 주살하기로 마음먹었다.


조모는 상서 왕경, 시중 왕침, 산기상시 왕업에게 친위 쿠데타 계획을 털어놓는다. 《한진춘추》에 따르면 왕침과 왕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왕경은 춘추시대 노나라 소공(昭公)의 예를 들며 홀로 말렸다. 조모는 꿋꿋하게 왕경이 간했으나 듣지 않고 이내 가슴속에서 판령을 꺼내 땅에 던지며 말하길,


"일은 결정되었소! 죽는다고 해도 무엇이 한스럽겠소? 하물며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거늘!"


왕경 외에 왕침과 왕업은 사마소에게 계획을 누설하여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결국 조모는 신하에 의해 친위 쿠데타 현장에서 살해되고 만다.


이렇게 그는 천자(황제)의 몸으로 신하들에게 난자당한다. 향년 19세.


내가 윤석열 대통령을 조모에게 빗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24. 4월 총선 후 300석 중 175석이 야당인 의회 권력에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은 허수아비 정권으로 전락했다. 그가 임명한 14명의 공직자를 탄핵으로 공세의 수위를 높였고, 2025년도 예산안의 4조 원을 감액하여 단독 통과시켰다. 거기에 더해 2024. 9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에서 시작된 김건희 여사의 재보선 및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이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조모가 허울뿐이지만 보장된 천자의 자리를 놓고 모든 것을 걸고 반전을 꾀했지만 단 하루 만에 살해되었듯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정원과 군 내부 세력은 사실상 전무했다. 전 국정원 1차장 홍장원의 정치인 체포조 증언 후 국회에 출동했던 김현태 707특수임무 단장 역시 기자회견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위황제 조모 역시 자신을 따르는 이가 없어 직접 칼을 빼고 싸우다 피투성이가 되어 죽었다.




이미 일어난 미래


경영학의 그루였던 피터 드러커는 지구 온난화처럼 결과가 자명하게 예상되지만 돌이키기 어려운 현상에 대해 '이미 일어난 미래'라는 표현을 썼다.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 역시 자신의 선택한 실수에 의해 미래가 정해졌다. 탄핵으로 가는 타임라인을 한 번 살펴보자.


2021.6.11. 이준석 국민의힘 초대 당 대표


2022. 3. 9.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48.56%를 득표한 기호 2번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47.83%를 득표한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247,077표, 0.73%p 차이로 누르고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최소 득표율 격차로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


2022.7. 7.  국민의힘 윤리위 이준석  징계 심의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 처분을 의결한 사건. 사유는 증거인멸 교사 의혹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사건이 발생한지 무려 2년이 지난 후에야 징계에 사용된 근거들이 모두 허위임이 밝혀지며 무고한 징계임이 공식적으로 밝혀짐)


2022.7.8. ~ 2022.10.6. 이준석 대표 직무정지


2022.10.6  이준석 대표직 상실


윤석열은 역대 최저 득표율 격차로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 젊은 세대와 중도표를 아우를 수 있는 정권교체의 1등 공신인 이준석을 가장 치욕스러운 성(性) 비위 혐의를 들어 당 대표에서 물러나게 했다. 즉, 토사구팽 한 것이다. 이는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필패를 예견하는 행보였다.


2024. 4.10.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약 2년 만에 실시된 중간선거 격의 선거에서 여당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을 겨우 넘기는, 민주화 후 집권여당의 최악의 총선 참패를 당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제6공화국 체제 수립 이래 처음으로 집권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할 상황에 놓여, 사실상 국정 동력을 상실하고 조기 레임덕에 돌입한 수준의 치명상을 입었다. 집권기 내내 여소야대인 것도 초유의 상황인데, 집권기 내내 안건신속처리제도 저지선(120석)에도 미달하는 숫자의 여당 의석을 가지는 정부가 되고 말았다.


2024. 12.3. 비상계엄


2024.12. 7. 대통령 탄핵소추안 자동 폐기


2024.12.9. 공수처 윤석열 대통령 출금금지 신청


예상대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참담한 패배를 거둔다. 윤석열 정권은 총선 이튿날 일찍이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개혁신당을 창당해 의원석 3개를 확보해 집권 여당의 안티 세력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단독 과반 의석인 야당에 협치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 수호를 위한 방탄국회, 앞서 말한 집권 여당 인사에 대한 탄핵에 집중한다.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반대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패배에 불복해 부정선거 음모론(투표 조작)이라는 신앙을 키워가며 매우 적은 병력으로 계엄을 시작했다. 얼마 안 되는 인원 중 일부를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계엄 이후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12.3일 계엄을 하지 않았다면? 그의 정적인 이재명과 조국은 그들의 정치생명이 걸린 중요한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총선 없이 그대로 국회 구성원은 이어질 것이다.


남은 2년여의 임기(~27. 3월) 동안 삼국지에서 조조가 데리고 있던 헌제나 사마소의 조모처럼 꼭두각시 대통령 역할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패한 계엄의 대가는 형량의 최대가 사형인 만큼 개인에게도 가혹하리만치 크지만, 국가가 치르는 비용은 더욱 심대하다.



코스피지수


달러/원화


경기선행지수인 주가지수(코스피) 하락폭은 OECD 최고를 기록 중이고, 달러/원화 환율은 1450원을 넘보고 있다. 2025년 한국은행에서 경제성장률 1.9%를 예상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 아래일 수 있다. 자본주의는 불확실성에 비례하여 급속히 형해화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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