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업자가 2022년 2월 세상을 떠나면서 유 의장 등 유가족은 5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30억원 초과분에 적용되는 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으로 10%가 더해진 60% 세율을 적용받았다. 이들은 작년 2월 NXC 지분 29.3%를 정부에 물납했다. 금액으로는 4조7000억원 상당이다.
故김정주 넥슨 오너가, 5.3조 상속세 다 냈다, 2024.9.2, 한경
한국에서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하면 상속세율은 최대세율(50%)이 60%가 된다. 이를 재테크에 자주 등장하는 '72의 법칙(Rule of 72)'에 적용해 보겠다. 복리로 2배가 되는 기간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100만 원을 연이율 4%로 투자하면 18(=72÷4) 년이 걸린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유가증권 등의 평가) ③ 제1항제1호, 제2항 및 제60조제2항을 적용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 및 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주주등(이하 이 항에서 “최대주주등”이라 한다)의 주식등(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소기업,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견기업 및 평가기준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전 3년 이내의 사업연도부터 계속하여 「법인세법」 제14조제2항에 따른 결손금이 있는 법인의 주식등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식등은 제외한다)에 대해서는 제1항제1호 및 제2항에 따라 평가한 가액 또는 제60조제2항에 따라 인정되는 가액에 그 가액의 100분의 20을 가산한다. 이 경우 최대주주등이 보유하는 주식등의 계산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가 입장에서는 상속세의 기대 수익률이 72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 오너의 사망으로 상속을 1세대~2세대에 걸쳐(아마도 60년 이내에) 해당 기업이 존속한다면 국가가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레닌이 말한 국가자본주의가 대한민국에서 혁명 없이 세법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전시(戰時)에나 벌어지는 국영화가 해마다 상속으로 실현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30% 수준이다.
한스경제
국내 증시 시가총액 비중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사례를 살펴보자.
삼성전자 주주구성, GSIFN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가의 특수관계인들이다. 지분은 20.1%이다.
FN가이드
홍라희, 이부진, 이서현 등 주요주주 상당수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태이다.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3의 법칙
비상장 대기업으로 특수관계인이 100%인 기업은 국내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조를 위해 같이 시뮬레이션 했다. 기업 지분, 경영 환경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100%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가족이 경영승계를 통해 60% 상속세를 납부하고 나면 3대째 지분은 16%로 평균 최대주주 지분율(30~40%)를 감안하면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된다.
따라서 나는 이를 3의 법칙이라 부른다. 정부 및 여당에서 상속세율을 낮추려는 시도를 한다. 야당 반대 때문에 실현될지 미지수이지만, 이후 40%로 세율이 낮아지더라고 하더라도 경영권 방어가 마냥 쉽지 않지만 3대까지는 어느 정도 세습이 가능하므로 '4의 법칙'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삼성이 자사주 매입 발표로 주가 하락을 방어하였다. 사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으로 주주 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주식담보대출 마진콜 방지 차원이 크다. 마진콜이 발동하면 최대주주 지분율 20%가 깨져 삼성전자 지배 구조에 위험이 온다.
서울신문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투자 실패로 주식담보대출을 한 것이 아니라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외국인 지분이 많은 삼성으로서 어쩌면 최초로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을 빼앗기는 최초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삼성의 마지막 황제, 이재용
“삼성이 이(李)씨 왕조를 끝내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 2020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재용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한 기사의 제목을 그렇게 뽑았다. 이 회장은 당시 준법감시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제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깜짝’ 선언을 했다. - 능력 갖춘 전문경영인 발굴 부족…이재용 회장 파격 선언 “자녀 승계 NO”, 2024.4.17, 매일경제
이재용은 이미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포기했다. 앞의 '3의 법칙' 때문이다. 사실 포기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이재용의 자녀는 상속세를 내느라 경영권 승계가 절대 '불가하다'.따라서 그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이재용은 삼성의 마지막 황제이다.
매일경제, 나무위키
기업의 사회적 존재가치는 일자리 창출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 경영인들이 기업을 유지하려면 자녀에게 지분 승계가 어느 정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
밈(meme)이라는 단어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그는 진화생물학의 '부모의 투자(Parental Investment)'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자식에게 헌신하는 부모는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본능적인 노력이다. 이를테면 알을 지키는 새처럼 말이다. 인간에게 자녀에게 상속하는 본능을 거슬러 국가에 상속으로 강제된다면 자연스럽게 그 국가를 떠나게 된다.
이와 달리 G7국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해 왔다. 캐나다는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고, 미국은 55%에서 35%까지 낮췄다가 2012년 40%로 고정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개국이며, 상속세가 없거나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한 나라는 14개국으로 집계됐다. 상속세가 있는 국가의 평균 최고세율은 26%로 우리나라와 비교해 절반 가량 낮다.
현재 높은 상속세율로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사업체 매각으로 엑시트(exit)에 성공한 자산가들은 상속세가 없는 싱가포르 등으로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경제
어떤 이가 창업을 통해 삼성을 넘는 위대한 대기업 CEO가 된다고 하더라도 3의 법칙을 거스를 순 없다. 창업자가 자녀가 있다면 아마도 그는 후손을 위해 그의 원대한 꿈을 줄이고 투자이민을 하거나 국내에 남는다면 상속세 공제를 받기 위해 사업체를 접고 일찌감치 베이커리 카페 창업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