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만 65세* 이상부터 받는 노령연금의 보험료율(현행 9%)을 높이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려는, 혹은 지급 시기를 만 70세까지 늘리는 논의가 정부에서 진행 중이다. 그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선진국 대비 보험료율이 낮다는 점(e.g. 독일 18.7%, 일본 17.8%, 미국 13%), 무엇보다 국내 합계출산율이 0.8(2021년)로 기금 고갈이 매우 빨리 실현될 예정이라는 예정된 파국 때문이다.
* 52년 이전 출생은 만 60세, 53~56년생은 만 61세, 57~60년생은 만 62세, 61~64년생은 만 63세, 65~68년생은 만 64세, 69년생부터는 일괄 만 65세
보험료율이야 급여에서 강제로 떼 가는 금액을 올리는 것이므로 미래의 수급자의 숨통을 조인다. 소득대체율을 건드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소득대체율은 70%에서 시작하여 2022년 43%까지 떨어졌다. 2028년까지는 40%로 낮아질 예정이다. 즉, 받을 돈의 총량을 줄인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연금 수령 시기를 낮춘다는 건데, 만일 70세까지 늘리게 된다면 OECD 1위 자살 천국인 한국에서 수령조차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이들은 기금의 훌륭한 기부자*가 될 예정이다.
* 배우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족연금을 받을 경우 연금 지급액이 50%로 감액된다.
*출처 : 나무위키
국민연금 수령액 계산식을 뜯어보면 낯선 A 값이라는 항목이 나온다. A값은 물가를 반영한 평균 소득월액의 3년간 평균액으로 가입자 개인과 무관하게 균등하게 결정된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에 A 값, 즉 물가 상승률을 언급하는 사례는 없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A 값을 조정하게 되면 이미 보험료를 납부하고 수령만 하는 노년층의 국민연금 수령액이 줄어들게 된다. 즉,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여 국민연금을 인상하여 줄 수 없게 된다.
보통 가정에서 파산의 위기에 놓이게 되면 어떻게 하는가? 당장 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할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오히려 금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여 622만 명의 연금액을 일제히 5.1% 인상시켰다. A 값은 지금과 같이 인플레이션 상황이 도래하면 오히려 연금액을 늘려버린다. 만일 최악의 경우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이 도래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연기금은 자산 전부를 매도해야 할 처지라 세금으로 메꾸지 않는 한 1년도 안되어 파산할 것이다. 그전에 연기금이 보유하던 주식을 시장가로 던져야 할 텐데, 미리 삼가 투자자들의 명복을 빈다.
물가 상승률은 횟집에 적혀있는 산지 시가처럼 결국 부르는 게 값이다. 따라서 이를 투자자에 대한 안정적 수익률 보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보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른다. 바로 '폰지사기'*를 말한다. 많은 이들이 특히, MZ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을 불신한다. 586이라 불리는 본인들의 부모 세대는 A 값의 조정 없이 수익금만 계속 받아 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 노인층의 70%는 국민연금(기금 재원) 외에도 기초연금이라는 세금을 재원으로 한 별도의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최소한 국민연금과 관련되어서 대타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모습이 아닌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로 나타난다.
*고야,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로마식 이름)
폰지사기의 끝은 투자자를 더 모을 수 없고 그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지금 세계에 유례없는 최저 출산율이 지속됨으로써 금융 사기의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직감하고 있다. 당연히 지금 수령한 이들에겐 천국과 같은 제도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만큼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 실제로는 이윤을 거의 창출하지 않으면서도 단지 수익을 기대하는 신규 투자자를 모은 뒤,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행되는 다단계 금융 사기 수법
* 출처 :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폰지사기로 유명한 메이도프의 범죄를 다룬 전기 드라마가 얼마 전 넷플릭스에 출시된 바 있다. 그 역시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역임할 만큼 제도권에서 평생 입지를 다져왔다. 만일 2008년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가 폰지사기를 했다는 사실조차 현재까지 밝힐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은 10%였다. 국내 물가 상승률은 수십 년간 현재 10%를 넘은 적이 없었다.
국민연금의 A 값이 과거 석유파동(오일쇼크)과 같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로, 국민연금*이 석유파동 이후에 도입된 것은 어쩌면 음울한 미래의 청사진이 아닐까?
* 1973년에 국민복지연금법을 공표했지만 석유파동으로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가 1986년도에 국민연금법을 공포했다.
사족을 붙이자면 메이도프는 악명 높은 미국의 감옥에서 10년도 넘게 살면서 천수를 누렸지만, 그가 살아있는 동안 두 자녀 중 한 명은 자신이 범행이 밝혀진 2주년이 되는 날 자살하고, 다른 한 명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환수 과정은 애초에 투자자들이 납입한 원금을 손실액으로 잡고 납입한 금액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아 간 모든 사람을 추징했다. 은퇴 후 퇴직금까지 전부 메이도프에게 맡기고 배당금으로 은퇴생활을 해오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원금이 사라지고 더 많은 돈을 배당받았다고 추징을 당해 집을 압류당하거나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추징당하는 노인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