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이 '희망'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불황이 없는 산업은 무엇일까? 바로 사교육이다.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의하면 2015년~2023년 8년 동안 사교육비는 50% 증가했지만 학령인구는 15% 감소했다고 한다.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 : (2015년) 18조 원 → (2023년) 27조 원 (△50%)
초중고 학령인구 : (2015년) 609만 명 → (2023년) 521만 명 (▲15%)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초중고 학생 중 79%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섯 명 중 네 명이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현실입니다.
같은 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원에 달했습니다. 2015년 18조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년 만에 50%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609만 명에서 521만 명으로 15% 가까이 줄었습니다. 학생 수는 줄어도 사교육 시장은 계속 성장 중으로, 이는 학부모들이 점점 더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사교육비 부담은 이미 가계를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2017년 38만 원이었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3년 55만 원으로 45% 증가했습니다. 초중고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라면 월 소득의 25%가 사교육비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입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증가했습니다. 2023년 기준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1인당 사교육비는 300만 원 미만 가구의 3.7배에 달했습니다. 교육 기회의 불균형이 소득 격차로 직결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서울의 사교육비 지출은 압도적입니다. 2023년 서울 지역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4만 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교육 특구’로 불리는 대치동, 도곡동, 역삼동 일대에서는 그 수치가 더욱 높았습니다. - “아파트 한 채 값이 학원비로?”.. 월급 쪼개도 못 버티는 ‘사교육 지옥’, 2025.2.1, JIBS
이렇게 엄청난 사교육비 투자를 통해 얻은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AI 산업 발전? 반도체 육성? 노벨물리학상 수상? 보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확인해 보자. 세계적으로 학술적 기여도를 계량화한 SCI(Science Citation Index) 논문 수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2020~2021년 기준 12위인데 점유율 비중을 보면 2.44%에 불과하다. 논문 수 1위인 중국은 1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도 모자라 천문학적 비용으로 사교육비 투자를 해서 얻은 결과치고는 꽤 초라한 편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내 생각에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돈이 안되는 STEM* 분야에 진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2023년 교육부에서 조사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통틀어 선호하는 직업 5위 안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직업은 교사와 의사이다. 이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최상위권 학생은 의사를, 중상위권 학생은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것이다.
* 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및 수학 (Mathematics)
실제로 서울대에서 2021년~2024년 1학기까지 자퇴생 중 공대생 비중이 전체 1위(30.6%)이며 이는 의대 진학 때문이다. 이들이 자퇴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공대를 졸업했다면 어땠을까?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원래 다니고 있던 대학을 자퇴하거나 재수·삼수 등 ‘N수’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고 명문인 서울대에서도 1학년 자퇴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과대학·농업생명과학대학·자연과학대학 순으로 이공계 학과에서 자퇴생이 많아 우수 이공계 인재 이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최근 3년간 서울대 신입생 자퇴 현황’을 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총 611명의 서울대 신입생이 자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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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공계 학과에서 자퇴생이 많았다. 2021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서울대 신입생 자퇴생 611명 가운데 공대가 187명(30.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과대 127명(20.8%), 자연대 76명(12.4%), 사범대 62명(10.1%), 인문대 33명(5.4%), 사회과학대 29명(4.7%) 순이었다. - 서울대 1학년 자퇴 235명, 2년새 46% 급증... 공대생 최다, 2024.10.27, 조선일보
무엇보다 사교육의 호황은 많은 스타강사를 배출했다. 학부모들의 안락한 노후생활은 사라지고 그들의 쌈짓돈은 고스란히 일타강사들에게 넘어가 개인적 부의 축적에 활용된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수학 일타강사 정승제 씨는 연봉을 묻는 질문에 “100억원보다 위”라고 답해 출연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메가스터디의 수학 일타강사인 현우진 씨는 지난해 더펜트하우스 청담을 매입하며 250억을 현금으로 완납해 화제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씨 연봉은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타강사 연봉…직장인의 150배 넘어, 2023.6.20, 한경
공교육 정상화를 20년도 넘게 외쳤는데 여전히 사교육이 확대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공교육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사교육을 통해 원하는 의대를 보내는 학부모의 성공신화가 있는 한 (학부모의 돈이 소수의 일타강사에게 흘러가는) 먹이사슬은 계속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냉전시대의 핵 전쟁을 둘러싼 게임이론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비축소는 요원한 일이다. 학부모가 자녀를 학원을 안 보내면 의대를 못 보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극단적으로 사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있다. 이는 위헌적이므로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이명박 정권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선진국, 특히 미국과 같이 기여입학제를 확대하자. 어차피 돈이 많아야 대치동 학원가에 보내고 과외를 해서 의대를 입학시키는데 기여금을 재원으로 해서 능력 있으나 입학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으로 보인다.
기여입학제 : 물질적 또는 비물질적으로 대학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입학시키거나, 가산점 등의 특혜를 주는 제도이다. 장점은 재력이나 명성이 높은 사람의 기여로 인해서 다수의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그 여력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같은 혜택을 줄수 있다는 점이 있다. 단점은 돈으로 학벌을 사는 것이고, 실력이 아닌 부모 찬스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불평등하다는 지적이 있다. - 나무위키
굳이 왜 한국은 기여입학제도를 금지하는 바람에 일타강사를 최고의 직업으로 만들어야 하나? 타고난 두뇌(재능)가 아니라 고액 학원, 과외를 통한 문제풀이 위주 선행학습 가능 여부에 따라 의대 입학이 결정되는 것이 기여입학제보다 공정한 것인가? 그런데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기여입학제를 수용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므로 교육비를 대느라 노후를 파탄 내고 소비를 위축시키고, 대치동 학원가가 있는 강남 부동산 불패신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일타강사 연봉은 앞으로도 미국 월가(Wallstreet)의 CEO 못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