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 주52시간 근무제 = 소득주도'폐업'
문 닫는 호프집이 늘고 있다고 한다. 6년 새 호프집 1/3이 폐업을 했다니 꽤 심각한 상황이다.
문 닫는 호프집이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시 기준, 2019년 만 2천여 곳이던 호프집은 해마다 줄더니 지난해 8천 2백여 곳으로 집계됐습니다. 6년 새 호프집 3곳 중 1곳은 문을 닫은 겁니다.
특히 지난해 새로 문을 연 호프집 가운데 30%가량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술값부터 줄였다…동네 호프집 줄줄이 폐업 [잇슈 키워드], 2025.1.31, KBS
호프집뿐만 아니라 번화가인데도 상점 임대 문구가 붙은 공실이 자주 눈에 띈다. 강남권에서도 공실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폐업 사업자의 수는 치솟고 있다. 이 지표를 나중에 다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2.3 계엄 여파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폐업률 증가가 이미 2022년부터 진행되어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이다. 폐업이 증가한 이유를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소득주도성장은 소액주주운동으로 유명했던 장하성이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초대 정책실장으로 지내면서 펼친 경제정책이다. 재정 및 통화정책의 효과는 후행한다. 기준금리가 바뀌더라도 증시를 제외하고는 여파가 당장은 제한적이지만 시차를 두고 산업 전반에 미치게 된다.
소득주도성장론(所得主導成長論, Income-led growth) :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을 바탕으로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다. 포스트케인지언(Post-Keynesian)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賃金主導成長論, Wage-led growth)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소득주도성장의 쌍두마차는 두 가지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이다.
먼저 최저임금 인상률을 살펴보겠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2018년 16.4%, 2019년 10.9% 급격한 인상이 인상적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최저임금 인상률은 정상화되었지만 이미 최저임금은 1만 원대에 진입하였다.
다음으로는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타임라인이다. 2021년부터 5인 미만 사업체를 제외하고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18년 3월 20일 개정되었으며, 기존의 68시간에서 주말을 포함한 52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은 변경하였다.
2018년 7월부터 공공기관 및 공기업과 3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다.
2021년 1월부터 중소기업에서도 52시간제가 시행된다. 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체에도 적용됐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적용받지 않는다. - 나무위키
주52시간이 적용되면 사업주는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당장 건설 현장에서 인건비 상승은 주 52시간 여파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주된 건설공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어 건설업체 연쇄도산을 가져온다.
이러한 소득주도성장의 후유증은 경제성장률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2022년 2%대 경제성장률에 진입한 이후 계속 낮아져 금년(2025년)에도 정부는 1%대 경제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 지표는 더 암울할 수 있다.
수출과 건설 경기 부진 여파로 새해 우리나라 경제가 1.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기획재정부가 2일 전망했다. 비상 계엄 파문 이전인 작년 11월말 새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한국은행보다 경제 상황이 조금 더 어둡다고 봤다. -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1.8%"… 한은 전망보다 더 낮췄다, 2025.1.2, 조선일보
인플레이션은 크게 3가지 종류이다. 이 중에서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밥상물가라고 불리는 생활필수품 가격과 직결되는 물가 인플레이션이다. 자산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이후 서울 부동산 가격이 떡상하면서 잘 알려졌다. 그러나 임금인상 인플레이션은 상대적 관심이 덜하다.
인플레이션의 종류 : 물가 인플레이션, 자산 인플레이션, 임금인상 인플레이션
그러나 인플레이션 중에 가장 다루기 힘든 것은 임금인상 인플레이션이다. 임금은 최저임금이라는 명칭이 알려주듯이 하방경직성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 한 번 올린 임금은 사실상 내릴 수 없다. 임금(wage)의 가격 결정은 시장의 성장률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경제 성장의 모멘텀이 없는데 최저임금을 이용해 정부 주도 하에 강제로 올린 셈이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통화 공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지속으로 물가 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4년 2.3%로 목표 인플레이션 수준에 가까운 안정적 수치로 보이지만 2022~2023년의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해 보면 최근 3년 동안 물가는 11% 이상 상승했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 바로 다음과 같은 악순환이 시작된다. 상품의 가격에는 인건비가 포함된다. 그런데 인건비가 상승하는데 여기에 더해 원자재 물가까지 치솟았다. 결국 비싼 물가 때문에 소비는 감소하고, 경기 부진으로 채용을 줄이거나 직원을 해고해 실업률이 증가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업체를 폐업하게 된다.
임금인상 인플레이션(최저임금 상승) + 물가 인플레이션 → 물가 상승 → 소비 감소 → 실업률 증가 → 폐업
그런데 최근 실업률을 보면 오히려 실업률이 줄어들어 있다. 이는 전형적인 통계적 착시이다. 왜냐하면 선진국과 달리 고용주가 아닌 피고용인들 대상으로 표본조사로 실업률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업률이 낮게 산출된다.
고용률은 취업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인 반면, 실업률은 취업을 하고 싶어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하지만 구직을 포기한 실망실업자의 경우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식 실업률이 실업상태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 지표누리
하지만 '쉬었음' 비중을 보면 역대 최대이다. 쉽게 말해 구직을 포기함으로써 통계에서 제외된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하면 실질 실업률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이 끝나면서 소득주도성장이란 단어는 사문화되었다. 그러나 '위대한 유산'인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는 엄연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주52시간 근무제 역시 하방경직성이 강하다. 근무조건을 악화시키는 방식을 근로자들이 환영할리 만무하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주69시간 근무제로 바꾸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2023년 효율적인 근무 시간 관리를 명분으로 근로시간 제한 기준 단위를 개정한 속칭 주 69시간 근무제로의 근로기준법 개편안을 공표하여 주52시간제가 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2023년 11월 14일 주 69시간 근무제'를 입법추진했던 윤석열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 상한제'의 틀을 유지하기로 해 주 69시간 근무제는 없던일이 되었다. - 나무위키
소득주도'성장'은 실제로는 소득주도'분배'라는 것이 이미 수년 전 학계에서 내린 결론이다.
분배개선만은 실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기에, 소득주도성장론 그 자체가 틀렸다고 봐야 한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중요한 정책 수단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오히려 성장을 어렵게 하는 부정적인 경제 충격으로 기능했음을 확인했다. 소득주도성장론뿐만 아니라, 주 52시간 노동시간 규제, 미진한 규제개혁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성장을 어렵게 하는 충격 요소가 도사리고 있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는 분배정책을 성장정책으로 포장했다는 데에 있다. 선진국 경제에서 성장과 1차 분배가 상충 관계를 갖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고소득층과 기업 부문의 소득 성장 속도에 비해 저소득층과 노동 부문의 소득 성장 속도가 둔화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는 대외개방, 슈퍼스타 경제로의 이행 등 여러 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 비판- 통계 자료와 이론 분석을 바탕으로 2020. 04. 01, CFE Report, 자유기업원
그리고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소득주도'성장'은 결국 민간(특히 사업자인 고용주)을 이용한 근로자 분배정책이었고 그 끝은 소득주도'폐업'이라는 사실이다.
소득주도성장 = 소득주도분배 = 소득주도폐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