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 vs 티끌 모아 티끌

거제 매미성 이야기

by pathemata mathemata

이런 속담이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이를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다음과 같이 비틀었다.



티끌 모아 티끌이다.


무한도전, MBC


냉소적이고 쿨(cool) 병(病)에 걸린 세상이라 그런지 몰라도 박명수의 "티끌 모아 티끌"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티끌 모아 태산"을 이야기하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었다.




수년 전 거제도에 유명 명소인 매미성을 구경한 적이 있다. 방문한 날도 성주(城主)인 백순삼 씨는 열심히 성을 건축하고 있었다. 벌써 햇수로만 20년이 넘은 대공사이다. 태풍피해 방지를 위한 제방 건설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흘러 지역을 살리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게다가 공유수면 침반 위반으로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어 기부채납한 상태이다. 이제 정부의 땅이지만 여전히 그는 어떤 대가도 없이 성을 짓고 있다.


거제 매미성과 성주 백순삼 씨, 나무위키


앞서 말한 "티끌 모아 태산"을 우리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도 한다. 백순삼 씨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우공(어리석은 자)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돌로 지어낸 불멸의 건축물을 남겼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 제목이기도 한 '확장된 표현형'은 어쩌면 유전자의 운반체에 불과한 생명체가 남기는 자연의 흔적을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매일 쓰는 핸드폰 역시 '확장된 표현형'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남이 만들어준 것에 불과하다. 수십 년의 세월을 투자해 자신만의 확장된 표현형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 절반이 포함된 자식을 남기는 것만큼이나 생명체의 경이로운 활동이다. 확장된 표현형은 매미성처럼 견고한 유형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형이상학적인 관념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무언가이다.


다시 '티끌'로 돌아가 보자. 티끌을 모으면 당연히 티끌일 수 있다. 이를테면 요즘 유행하는 앱테크(모바일 앱+재테크)를 사람들은 '폐지 줍는다'라고 표현하는데 시간 대비 소득이 형편없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런 '티끌'은 어떨까? 날마다 책 읽기, 영어 공부하기, 감사하기, 운동하기 등. 뭐든 상관없지만 꾸준히 한다면 각자의 매미성이 될 것이다. 너무 뻔한가? 예를 들어 하루 30분만 영어 듣기를 한다고 해보자. 1년 중 일주일 넘게(7.6일) 24시간 영어를 듣는 결과를 갖는다. 5년, 10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LA 공항(LAX)에서 출발한 비행기의 사소해 보이는 1도의 각도 차이는 결국 비행기의 목적지를 뉴욕과 워싱턴만큼의 차이(400km)로 달라지게 한다. 우리의 귀차니즘을 덜고 꾸준함을 더하면 티끌 모아 태산은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유영국 ‘산’ 전남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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