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 밥

by pathemata mathemata

토요일 저녁은 외식으로 곤드레 밥을 먹으러 동네 식당에 갔다. 식당에 들르기 전 아내는 내게 식당 주인이 불친절하니 양해 바란다고 미리 귀띔을 했다. 그녀는 이미 지인들과 한차례 점심 식사로 다녀왔기 때문이다. 나는 손님 응대가 별로면 두 번 다시 가지 않는 스타일인데 얼마나 맛있는 곳이길래 그런지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차를 주차해놓고 식당에 들르니 저녁 6시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첫 손님처럼 보였다. 정말 맛집 맞는지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식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슬쩍 서빙하는 사장님의 얼굴을 보니 나이가 적어도 70대는 넘어 보였다. 초고령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나이대 현역은 흔치 않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예약을 미리 하지 않은 덕분에 메뉴판에 적힌 대로 1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어 곤드레 밥이 나왔다. 정갈한 집밥 같은 음식이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터라 뭔가 허전하긴 했지만 흠잡을 곳 없는 밥과 반찬이었다. 식사를 거의 마칠 때쯤 4~5명의 손님들이 들어왔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장사가 잘되는 곳은 식당 주인이 자녀들에게 으레 물려주기 마련이다. 개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식당의 후계가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자녀가 혹은 본인이 자녀에게 힘든 음식 장사를 대물림하길 원치 않아서이거나 자녀가 없거나 등등. 이 식당 역시 후계자 없는 식당 중 하나인 것 같다. 젊은 후계자가 있다면 3시간의 브레이크 타임을 두고 장사를 하진 않았으리라.


문득 아내와 한 번 갔던 식당이 생각났다. 지금은 이전했지만 예전에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막국수를 파는 식당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러 가는데 계산대 뒤에 연로한 할머니가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문득 말을 건넸다. "식사는 괜찮았나요?" 이 막국수 집의 원래 사장님이셨을 것이다. 이후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한 번 방문한 손님인 내가 받은 질문은 그녀의 유언이 되었다. 그래도 식당은 새로운 터전에서 할머니가 만들었던 레시피를 담아 단단하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운 좋은 가게를 제외하고는 저출산 시대로 인해 후계자 없는 식당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TV프로그램이었던 <수요미식회>의 단골 멘트였던 '문 닫기 전에 가야 할 식당'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 문 닫을 음식점의 사장님에게 계산할 차례가 왔다. 차광막 없이 바깥이 훤히 보이는 가게에서 석양이 물들어가는 유리창 밖을 잠시 응시했다. 몇 번의 점심과 저녁이 손님들에게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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