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맛있었던

by pathemata mathemata

며칠 전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야식으로 주문해서일까? 잊고 있었던 수제 버거집이 생각났다. 그곳은 작년 봄에 아내와 우연히 들른 식당이었는데 외부와 내부를 세심하게 꾸며 상당한 인테리어 비용을 짐작하게 했다. 이 가격 리스트에는 꽤나 값이 나갈 것으로 보이는 미국식 펍(Pub)에 있을법한 전자식 다트 기계도 있었다.


주말 점심인데도 가게에는 손님이 아내와 나 단둘뿐이었다. 주문을 받은 사람은 사장으로 보이는 내 또래의 중년 남자였다. 그의 표정이 꽤나 뚱해 보였기에 딱히 좋은 인상을 받진 못했다.


주문을 하고 텅 빈 홀이 꽤나 넓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도 한때는 홀을 가득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소리로 채웠을까?


햄버거가 나올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는 중 초로의 한 남자가 가게에 들어왔다. 그는 소형견을 데리고 들어왔다. 가볍게 입은 옷으로 보아 산책을 마치고 온 것 같다. 이곳이 반려동물 입장 가능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는 성큼성큼 사장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워낙 손님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눈길이 그쪽으로 갔다. 그는 주문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이 익숙한 원래 사장의 지인이었거나 단골손님으로 보였다.


이윽고 사장과 손님의 대화가 들렸지만 큰 목소리는 아니라 드문드문 들리는 문장들의 나열로 이 가게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거 가져가도 될까?" 손님이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을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확장된 표현형인 사장의 취향으로 설치한 인테리어 소품 중 하나였을 것이다.


"네, 그냥 가져가세요." "아냐, 그래도 샀을 때 값은 치러야지."


사장은 손님의 말에 대꾸하진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손님이 그에게 물었다. "개인회생을 신청할까 해요."


금융권에서 근무하다 보니 나에게 '개인회생'이라는 단어가 누구보다 명징하게 들렸다. 그는 아마도 사장에서 개인회생 채무자로 전락할 듯 보였다. 물론 그 순간 사장의 목소리 외에 그의 표정을 볼 순 없었다. 하지만 내가 주문하면서 그에게 미소를 기대했던 것이 실례였음을 깨달았다.


이들의 대화가 끝나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우리가 주문한 햄버거가 나왔다.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날씨가 좋아서였는지 몰라도 햄버거를 테이크아웃을 했다. 식당을 나와 어딘가에 앉아 봄볕 아래 햄버거를 먹었다. 아마도 가게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놀랍게도 그 햄버거의 맛은 서울에서 맛보았던 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나 수제버거집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그런데 그는 폐업을 하고 다중채무자가 되어 개인회생 절차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후 회사 직원들에게 이 가게를 소개해 주었고, 누군가 몇 번 식사를 간 적이 있다는 후문을 들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몇 달 전에도 그 집 햄버거 맛이 떠올라 카카오 맵으로 검색해 본 적이 있다. 존재하지 않은 음식점이 되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들은 대화가 잘못 들은 것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다. 식당이 폐업하는 이유가 맛이 없어서인 줄 아느냐고. 반대로 줄 서는 맛집에 가도 이곳이 이렇게 1시간 이상 웨이팅이 필요한 곳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곳도 많은 것을 봐선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요리를 집에서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안다. 1~2명이 먹을 음식을 넘어서면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된다. 그 정도로 자신 있고 시장조사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는 결국에는 시장에서 퇴출 선고를 받았다.


사업의 실패라는 개인의 불행에서 연장되어 그토록 맛있었던 햄버거가 이제는 아무도 모르는 맛이 되어버린 것은 슬픈 일이다. 종종 햄버거를 먹을 때마다 서글픈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역시 지금은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식당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가져온 것 같다.


https://youtu.be/yd8_KD4rZio?si=UravsAuKcFfGAB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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