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할지언정 방류하지 않는다." - 강릉시장과 도암댐

by pathemata mathemata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 미국 속담


연일 뉴스에 보도 것처럼 강릉은 사실상 단수인 시간제, 격일 급수 단계 직전까지 왔다. 강릉의 거의 유일한 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작성일 현재 12.8%이다. 마지노선으로 정한 저수율 10%에 도달하기 전 최후의 수단으로 6일부터는 대수용가*에 해당하는 공동주택 113개소(4만 5천 세대), 대형 숙박 시설 10개소의 상수도 연결을 끊고 저수조에 소방당국이 물을 연결하기로 했다.

* 상수도나 전력 등 공공서비스를 대량으로 이용하는 시설로, 대형 건물, 공장, 아파트 등이 해당한다.


전국에 소방당국과 군 병력이 강릉 오봉저수지에 물을 대느라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보아야 한다. 당분간 비 예보가 없는 강릉의 저수율 10% 붕괴는 기정사실에 가깝다. 아마도 다음주면 시간제 급수를 시행할 것이다.


하지만 어이없는 사실은 강릉과 인근에 위치한 평창 도암댐에 물 3천만 톤이 저장되어 있으며 도수터널이 연결까지 되어있다. 강릉의 최근 일일 소비량 8.5만 톤을 감당하려면 이 밸브만 열어젖힐 준비만 했으면 되었다.


강릉의 극심한 가뭄을 해결하는 아주 손쉬운 방법은 태백산맥 너머에 조성된 도암댐의 밸브를 트는 것이다. 도암댐에는 물이 3,000만톤이 저장되어 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앞에서 강릉에서 받아준다면 우회수로를 통해 하루 1만t 정도 공급하도록 준비는 하고 있다”고 했다.

강릉 가뭄은 인재…도암댐 밸브부터 풀어야. 2025.9.1, 아틀라스


도암댐 유역변경 발전 방식, 환경부


그런데 김홍규 강릉시장은 한사코 가뭄 극복 시나리오에 도암댐을 올려두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20년 전부터 해왔던 '남대천 살리기 운동'에 대한 신념 때문이다. 도암댐의 오염수가 남대천을 망쳤다는 사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수질 측정조차 해보지도 않은 채 역시 같은 말을 되뇌었다. 물론 자신이 남대천과 도암댐 전문가라는 망상이 급속도로 노화되어 가는 전두엽 한켠을 지배했을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3000만톤 가량의 물이 저장돼 있다. 맨바닥을 드러낸 오봉저수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도암댐의 최대 물 저장량은 5100만톤. 오봉저수지의 3배에 달한다. 현재는 댐 수문을 열고 있어 3분의 2 수준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한수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강릉수력발전소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운영하다 중단됐다. 강릉지역 주민들이 수질과 수온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대관령 축산농가의 축산폐수와 고랭지농지의 비료·토사 등이 들어와 수질 문제가 불거졌다. 고지대의 찬물이 수로를 타고 강릉의 남대천으로 들어와 농작물 냉해를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현 김홍규 강릉시장은 당시 도암댐 물의 강릉 유입을 반대한 ‘남대천 살리기 운동’을 진두지휘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강릉수력발전소와 도암댐을 관리하는 한수원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용해 수질 개선 활동과 함께 수온 조절을 위한 설비를 도암댐에 설치했다. 그 결과, 현재 도암댐의 수질은 서울시민의 수원지인 팔당댐 물보다 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수온의 경우 취수탑을 설치해 깊은 수심의 물이 바로 나가지 않고, 표층부의 물이 수로에 유입되도록 구조를 개선했다.

[르포] 메마른 오봉저수지… 근처에 ‘자이언트 물탱크’ 도암호있는데도 활용은 ‘난망’, 2025.9.5, 조선비즈


물론 그가 '남대천 살리기 운동'을 했을 '20여년 전' 수질이 나빴을 수 있다. 하지만 금년 여름 성수기 때 가뭄이 본격화되었을 때 도암댐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수질 개선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는 사실을 떠나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수질 점검을 시작해야 하지 않았을까?


보다 못한 중앙정부에서는 다행히도 도암댐 방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부는 도암댐과 강릉을 잇는 도수관의 수질 조사를 통해 1급수에 가깝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가 도수관로 안에 담긴 물이 상수원으로 적합한지 지난달 28일부터 엿새간 수질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5km에 달하는 관 안에는 15만 톤의 물이 차 있습니다. 조사 결과 총 인 항목만 2급수에 해당했고 부유물질, 총 유기탄소, 클로로필 a 항목에서는 모두 1급수 판정을 받았습니다.

[단독] 도암댐 도수관 수질 '합격점'…24년 만에 방류?, 2025.9.6, SBS


자식 같은 남대천을 살리기 위해 강릉시민들이 고통받더라도, 공무원과 소방당국, 군인들이 매일 고생과 민원에 시달려도 '단수할지언정 방류하지 않는다'는 강릉시장의 아집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주장은 도암댐 방류로 손해를 보는 정선군의 지역 이기주의에 힘을 싣고 있다. 강릉시장은 마피아 게임의 마피아 혹은 혼문(도암댐 방류)를 지키는 어둠의 케데헌 아닌가? 이쯤 되면 고향이 정선군이 아닌가 합리적 의심이 들기까지 하다(그의 프로필에는 강릉 출신으로 되어있다).

/사진='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 뮤직비디오

도암댐 물을 방류하려면 일부 기술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정무적 의사결정만 해결되면 보도에 따르면 2주 이내에 가능하다. 왜 쉬운 길을 두고 강릉시민 모두를 고통 속에 빠뜨리는 걸까?


◇ 도암댐 물 댈려면… 발전기 재설치·정선지역 합의 필요


하지만 이러한 개선 작업 후에도 도암댐 물이 강릉 지역으로 공급된 적은 없어, ‘도암댐 물=안 좋은 물’이라는 지역주민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뭄이 심각한 지금, 바로 수로를 개방해 도암댐물을 강릉으로 공급할 수는 없을까. 이를 위해선 2개의 숙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는 현재 제거돼 있는 발전시설을 재설치해야 한다. 수로터널을 개방하면 고압의 물이 방출된다. 수력발전기는 이 압력을 떨어뜨리는 저항기 역할을 한다. 만약 발전기를 재설치하지 않고 물이 방출되면 고압의 물이 발전소 건물 벽을 때리게 돼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발전기를 재설치하지 않고 수로를 개방하는 건 고전압의 전력을 변압하지 않고 가정에 바로 공급하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 물길이 흐르는 정선지역에선 강릉수력발전소 가동 재개를 반대한다. 수력발전소 운영을 위해 댐의 수위를 높일 것이고, 동강을 타고 정선지역에 유입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동강을 중심으로 조성된 지역 레저 경제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르포] 메마른 오봉저수지… 근처에 ‘자이언트 물탱크’ 도암호있는데도 활용은 ‘난망’, 2025.9.5, 조선비즈


개인적으로 강릉시장과 같은 무능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출몰로 인해 주민자치제도를 반대한다. 역설적으로 주민자치에서 보장하는 주민들의 권리인 주민 소환을 통해 임기 종료 전 김홍규 강릉시장을 해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임기가 1년 미만이라 주민 소환은 불가능하므로 재선 의지라도 꺾을 필요가 있다. 그가 사랑하는 남대천을 지키는 '시민'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강릉시민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천동설(도암댐 물은 오염되었다)을 개인적으로 믿는 것은 상관없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강요하고 지동설을 말하는 사람을 화형시키겠다고 위협(도암댐 방류는 안 하고 저수율 10% 이하가 되면 단수 조치를 하겠다) 하는 정치인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올바르게 작동하는 민주주의인가?


<출처: 행정안전부, 『2013년도 주민참여업무편람』, 122면 참조>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898&ccfNo=5&cciNo=1&cnpClsNo=1


https://youtu.be/Q4vG5NvsBAQ?si=r-Gvy6vJEvi6PL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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