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유튜브에 비만 강아지나 고양이를 촬영하면 으례껏 나오는 주인들의 변명이 있다. 원래는 날씬했는데 중성화 수술 이후 급격하게 살이 찌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세, 혹은 중성화 수술은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들어 기초대사량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또한 성적 충동이나 영역 표시 행동이 줄어들어 활동량도 줄어들며 체지방 분포가 변화된다.
이렇게 비만의 위험을 감수하고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거기에 나가 '집사'를 자처하는 21세기 대한민국 동물 애호가들은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것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 있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주인의 반려동물 기르기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이다.
생식기를 제거함으로써 관련 질병(고환 암, 전립선 질환, 자궁축농증, 유방암 등)을 예방하여 수명을 연장시킨다. 이는 중성화 수술을 한 이들이 내세우는 윤리적 당위성이기도 하다. 수컷의 마킹과 공격성, 가출을 감소시키고 암컷은 발정 스트레스를 제거하며 원치 않은 출산 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
한편, 대한민국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오름차순 기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초저출산이 발생한 원인에 있어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하지만 인구가 과밀한 도시국가도 아니며 전쟁 등 비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나라에서 이렇게 인구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줄어든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일반적인 이유로 지목된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따른 육아의 제약과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 때문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예산과 교육을 들여 자녀 양육환경을 개선했다. 이제는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도 자연스러운 육아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바닥이 없는 것처럼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성화 수술의 이유와 같다. 바로 아이를 낳으면 발생하는 부모가 되면 해야 하는 모든 의무와 불편함이 싫은 것이다. 영유아 시기의 똥 기저귀 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가 자라나면 (노벨과학상 한 번도 수상한 적 없는, 순전히 의사를 만들기 위한 무한 경쟁의 대가인) 인당 사교육비로 수억 원이 소요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공교육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자녀는 중성화 수술 후 키우기 편리한 반려동물로 대체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합계출산율이 1.24명에서 0.75명이 되었을 때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19.2%에서 28.6%로 9.4% 상승했다.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PC 덕분에 유아차라고 불리는) 유모차는 보기 드물고 그 자리를 개가 타고 다니는 개모차로 바뀌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보험도 적용이 안되어 동물 병원비가 비싸긴 하지만 적어도 영어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어마어마한 사교육비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반려동물은 어느 순간 양육이 짐이라고 느낄 때 인간 자녀에 비해 유기할 때 죄책감이 비교가 될지 않을 정도로 없는 편이다.
지난날 나치 독일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강제 불임수술로 인권 유린을 자행한 바 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에게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올라갈수록(지금도 치안이 매우 안전*하지만) 여성이 더욱더 안전한 사회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에 비례하여 스스로 거세(중성화 수술)를 선택하는 사회가 되어갈 것이다.
* Numbeo 기준 치안 순위 : 2023년 상반기 세계 17위
그 이유 역시 앞서 말한 중성화 수술의 효과와 동일하다. 수컷(남성)의 공격성이 약화되는 것과 동시에 성욕 또한 감퇴하는 것 말이다. 원치 않은 출산은 이제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한국인에게는 스스로 편의성을 좇다가 멸종으로 치닫는 예정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