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은 죽은 사람의 사진은 잘 골라낸다. 하지만 자신이 죽을 날은 모른다.
마치 샤머니즘과 차트 분석에 대한 유비 논증(argument from analogy)으로 투자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글을 쓰려고 했다.
공교롭게도 2025.10.10일(미국 현지시각 기준) 미국 발 관세 관련 뉴스로 인해 시장에 폭탄이 터졌다. S&P 500 기업 대장주인 엔비디아마저 4.89% 하락 마감했다. 빅테크 M7 기업 시총은 하룻밤 사이 1,100조 원이 날아갔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이들 7개 빅테크의 시총이 이날 하루에만 7700억달러(1101조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빅테크의 주가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다음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커진 영향이다. - 美·中 긴장 고조에 빅테크 시총 하루새 1100조원 증발, 2025.10.11, 아시아경제
https://www.hankyung.com/globalmarket/usa-stock-sp500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도 있지만 조짐은 있었다. 시장의 과열을 보여주는 단순한 버핏 지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과열된 상태였다. 조정을 마친 작성일 현재도 GDP 대비 시가총액은 214.8%에 이른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예측할 수 없는 뉴스 외에 단지 차트만 보고 폭락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러한 질문은 효율적 시장 가설이 유효한지에 대한 오래된 논쟁과 동일하다. 물론 헤지펀드의 전설이었던 조지 소로스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물론 펀드매니저에게 Mr. 마켓(시장)을 이길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은 마치 음식점에서 제일 잘나가는 음식이 뭐냐고 사장에게 물어보는 것만큼 무의미하긴 하다.
아래는 S&P 500 E-미니 선물 일봉 차트이다. 눈에 띄는 것은 캔들 차트 아래 있는 지수 이동평균(EMA)이다. 현재 세팅은 20일, 50일, 100일, 200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대한 의미는 각 매수 주체의 평단가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20일 평균선은 지난 20일 동안의 평균 매수 가격이다. 다시 말해 뒤로 갈수록 기관투자자들의 가격 매수 평균 가격에 가깝다.
10.10일 폭락은 50일 전에 주식을 샀던 이들마저 장중 손실이 났지만, 저가매수를 통해 회복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20일 전에 구매한 투자자(주로 개인)들은 거하게 물렸다. 즉, 손실이 확정된 상태이다.
이제 주봉을 한 번 살펴보자. 20주 전에 산 사람들은 손실 나지 않았지만 고점 대비 절반에 가까운 이익에 손실을 받았다.
월봉을 보면 20개월 전에 산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저 강도가 센 조정 정도로 느껴질 것이다.
이제 감이 오는가? 이동평균선을 따라 차트가 움직이는 것은 맞다. 멀어지면 언젠가 가까워질 것이다. 유명한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경제와 주가를 주인과 산책하는 목줄에 묶인 강아지에 비유했듯이 말이다. 그것은 투자자들의 매수 가격이 손익분기점(BEP)이 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동평균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도 언제 가격이 떨어질지 아니면 폭등할지 알아맞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이를테면 100년 안에 현재 인류는 거의 전부 죽는다는 장기 전망은 성공적인 편이다. 그런데 단기 전망은 어떨까?
시한부 판정을 받거나 전시 상황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건강한 개인 한 명이 '정확히 언제 죽는지' 예측하는 것은 생명표의 연령별 사망 확률 정도에 의존해 예측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그가 갑자기 사고를 당할지, 치명적인 유전적 질병이 있을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마찬가지로 가격이 언제 떨어지는지 알려면 트럼프 대통령 측근 정도의 정보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상 개인투자자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다만, 차트 상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져 일시적으로 이동평균선 아래에 있다면 저가매수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과 오랫동안 이동평균선 위에 있다면 주식을 매도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다.
그리고 장기투자자들의 마음이 편한 이유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차트의 월봉 기준 200월 선은 16년 전에 매수한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그동안 회사가 망해서 상장폐지 당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너무 진부한 답변이지만 SPY(S&P 500 지수 추종), QQQ(Nasdaq100 지수 추종) 같은 패시브 ETF에 투자하면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