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 잠재적 전세사기

이상경 전 국토부 차관 혹은 갭투자 일타 강사 이야기

by pathemata mathemata


19일 부읽남 유튜브에 출연해서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라고 Buy the Dip을 외쳤던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자신이 일으킨 설화(舌禍) 끝에 결국 24일 사퇴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는 발언 후, 정작 본인은 갭투자(전세 낀 매매)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이 일자 23일 결국 사과했다. 하지만 이 차관은 과거 갭투자는 물론 주인전세와 절세까지 활용, 전문가들까지 “정말 잘 팔고 잘 샀다”고 극찬할 정도로 투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갭투자·주전세·절세까지”…이상경 차관의 ‘기막힌 재테크’, 전문가도 극찬,2025.10.23, 헤럴드경제


부읽남 유튜브


그가 국민들에게 유튜브에서 했던 충고와 달리 자신은 저점 매수보다는 불타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레버리지인 갭투자로 상당한 부를 일궜던 것이다. 자신도 매도한 주택에 주전세로 살면서 판교 대장 아파트를 갭투자한 정석적 투자를 해서 부동산 투자의 귀감이 되었다.


이 갭투자는 바로 전세라는 거의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금융(혹은 그림자 금융)에서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자기자본 외에 타인자본(임차인의 임차보증금)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갭투자 :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gap)이 적은 집을 고른 후에, 주택을 매입 전후로 바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 - 나무위키

갭투자, 나무위키


그런데 이 갭투자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1. 매수한 주택 가격이 하락할 위험과 2. 임차인을 못 구할 위험이다. 이 둘은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다시 말해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의 이용 가치인 임대보증금 시세도 비례해서 하락하게 되고 기존 임차인의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전세사기라는 단어가 한참 이슈가 되었을 때 집값이 정점을 찍고 주택경기가 하강했던 2022~2023년 시점과 겹친다.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아파트),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구글트렌드 전세사기

갭투자를 한다는 뜻은 이러한 이중의 위험을 스스로 인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임차인의 임차보증금에 대한 채무불이행 위험을 자초한 것이 바로 형법 제347조에서 말하는 사기의 의도인 '기망'인 것이다.


형법 제347조 (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 이 전 차관처럼 갭투자하는 사람들은 주택 가격 상승을 예상했기 때문에 옳은 선택으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경우 이들이 자신이 가진 다른 자산으로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으니 다른 임차인을 구할 때까지 임대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갖는 전세사기의 이미지는 여러 주택을 사들여 다수의 임차보증금을 가지고 갭투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다.


수도권 인근 빌라 및 오피스텔 1100여채를 사들여 전세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집주인 김아무개씨의 공범들이 구속됐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또 다른 집주인도 함께 붙잡혔다.


18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전세사기 후 사망한 김씨의 공범 2명과 새로운 명의자 1명을 지난 15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8년 1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서울·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이다가 지난해 10월 숨지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인물이다.

1100여채 ‘갭투자 전세사기’ 벌이다 숨진 집주인 공범들 구속, 2023.5.18, 한겨레



그런데 이 전 차관처럼 1주택자로서 자신은 전세에 살며 자신의 집은 전세를 내놓는 경우는 전세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동일한 갭투자가 맞다면 1명의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미반환의 경우엔 똘똘한 1채 투자이고 전세사기가 아닌가?


피해자가 1명이어도 사기는 사기

다시 말해 이 어둠의 레버리지인 전세제도는 전세사기라고 해석이 가능한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안고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제3의 에스크로 계좌에 보증금을 예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전 차관처럼 타인의 보증금으로 갭투자를 해서 임대차 만기가 도래할 때 제때 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사기(임대보증금 미반환) 이슈가 커지면서 임대보증금 반환보증을 선 HUG 같은 공기업의 부실로 위험이 전이되고 있다. 갭투자의 실패, 혹은 전세사기범의 빚을 국가가 떠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의 이면에는 주택의 경우 전세 기간 경과 후 임차보증금에 대한 지연이자가 없다는 문제에서 비롯된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임대차 기간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통상 10% 이상의 지연배상금(이자)을 부과한다. 반면 주택의 표준임대차 계약서 상 지연이자 문구를 적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다만 법원에 임차권등기 명령을 신청하는 경우는 임대인에 대한 이자가 발생한다. 이 경우에도 임대인에게 집을 완전히 인도(명도) 한 날의 다음 날부터 보증금 반환이 지연된 기간에 대해 이자가 계산된다.


다시 정리하자면 갭투자는 잠재적 전세사기이다. Q.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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