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읽을 가치가 있는가?

by pathemata mathem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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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명 아래 살고 있다면 독서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자기계발서 한 권쯤 읽었을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유튜브, 인스타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자기계발서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절을 극복하기 위한 제로금리는 대출에 우호적인 환경이었고,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의 성공신화가 속속 등장했다. 그런데 이 새로운 부자들은 자신의 성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서 자신의 서사를 풀어서 책으로 출간하였다.


사람들은 극적인 것을 선호한다. 특히 자신을 투사(projection) 할 수 있는 가난하거나 평범한 사람의 성공담에 환호하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이다. 내가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 책을 통해 귀납적인 방법으로 일부 범주화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자수성가한 사람의 실제 이야기이다.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천 원을 경영하라>,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 <부의 추월차선>, <10배의 법칙> 같은 부류이다. 다른 한편에는 자신은 부자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을 벤치마킹하길 권하는 책으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그릿>, <인간관계론>, <타이탄의 도구들> 등이 있다. 또한 <시크릿>,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같은 책이 있다. 명상과 영성을 강조하여 자기계발을 넘어선 일종의 종교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타로 조금 이례적이게 <에고라는 적>처럼 자기의 실패담을 바탕으로 스토이시즘(stoicism)을 권장하는 책들도 있다.


창업자의 실제 이야기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들의 성공은 실제이기에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유를 하자면 20년 전쯤 수능 만점자,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의 합격수기를 읽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들이 성공했을 때와 독자와의 타임라인 간격은 사실 그 정도 벌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안에 디테일, 실수와 숨기고 싶은 진실은 당연히 은폐되어 있다. 다만 창업자 스스로의 목소리를 통해 그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각오 정도는 얻어 갈 수 있다. 그리고 창업 시점의 나이와 자신의 나이를 돌아보며 치열하게 반성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연구한 내용을 담은 책들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다른 부류보다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가장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자들이 작성했을 경우 발생하는 분식회계 위험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 자신이 성공한 삶을 살지 않았는데 타인의 행적을 빌어 성공 조언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가 의문이며, 책을 많이 팔기 위해 내용을 과장한 건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주석이 많이 달리고 과학적인 분석가의 시선으로 내용으로 작성했다면 그래도 유용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한편, 10여 년 전 <시크릿> 열풍을 불어온 론다 번의 책과 같이 '간절히 바라고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라는 식의 자기암시 및 최면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들이 있다. 이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피그말리온 효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오래된 이야기다. 특히,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유사하다. 물질적 성공이 곧 신의 축복이자 구원의 징표인 것이다. 조금만 사고해 보면, 상상해서 이루어지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의 이론에는 그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물론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강한 확신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노력을 강조하기만 하면 책을 팔리진 않았을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교 갈 수 있다'와 '간절히 서울대를 바라기만 하면 서울대 입학은 이미 예정되었다.'라는 전혀 다른 톤 아닌가?


마지막으로 실패담을 담은 자기계발서를 이야기를 해보겠다. 저자 자신 혹은 역사상 위인들의 만용에 따른 실패담, 어디선가 많이 보았을 것이다. 바로 로마 사람들, 세네카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스토아학파의 주장이다. 이 철학은 후세의 기독교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나쁜 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금욕적인 훈련을 담고 있다. 이 부류의 책에서는 우리의 욕망이 일정 부분 거세되길 권장한다.


자기계발을 하고 싶은 욕망은 나의 현재에 불만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는 만인에게 평등한 성공의 기회라는 신화를 제공한다. (장난삼아 마르크스를 인용하자면, 자기계발서는 인민의 아편이다.) 노동자에 불과한 내가 자본가로 변신하는 꿈을 꾸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는 (책의) 저자를 자본가로 만드는데 성공적으로 기여한다. 따라서 이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성공하기 위해 책을 읽지 말고, 성공 신화를 담은 책을 팔아 성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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