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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Mar 06. 2023

신의 첫째 아들 JMS와 둘째 아들 홍수전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에 대한 사회학적 단상

태평천국의 난은 역사상 저평가된 대학살 사건 중 하나이다. 최소 2천만 명 이상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홍수전의 태평천국은 동북아시아에 보기 드문 신정(神政) 국가였다. 그는 40세에 가까운 나이에 꿈에서 본 신의 계시에 따라 남녀평등과 만주족 타도를 외치며 세를 확장해나갔다. 결과적으로는 외세의 도움과 군벌의 도움으로 진압되었지만, 청나라는 이 여파로 인해 훗날 신해혁명으로 멸망하게 된다. 이들의 성공 배경에는 청나라의 객가*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 객가들이 거주했던 중국의 최남단인 광둥성은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해양문화로서의 독특한 정체성과 지배계급에 대한 저항의식이 있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홍콩 독립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 원래 화북의 황하 지역에 살고 있던 후한 시대 한족들의 자손이라 자칭한다. 한족들은 튀르크계 몽골계 등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 피지배 민족으로서 혼혈화됐지만 소수가 남쪽으로 도망쳐 객가라고 불리며 살아왔다.(위키백과)



홍수전은 자신을 신의 아들인 예수의 동생, 신의 둘째 아들이라고 칭했다. 여기서 갑자기 이야기를 틀어보자.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에는 JMS, 즉 정명석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에게 성령이 임했다고 예수와 동등한 위치임을 선언했다. 홍수전의 스케일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긴 하지만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신도에게 철저한 금욕을 강조했으면서 자신의 성생활은 하렘 형태를 갖추어 매우 활발했다는 것이다. 특히 태평천국은 부부간이라도 생활공간을 남녀 분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JMS 내에서 가장 대접이 박한 사람들은 20대 남성이었다. 마찬가지로 태평천국의 젊은 남자들은 전쟁의 소모품으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현대 대중문화가 가진 특성이 바로 홍수전의 금욕주의 내지 JMS가 내세운 타락론(인류가 성관계로 타락했다는 것인데, 통일교에서 내세운 것을 차용*)과 다를 바가 없다. 성적 은유는 있지만 성관계는 없다. 다시 말해 거세된 남근만 있을 뿐이다.

* 가톨릭 역시 성 아우구스티누스 이래 대체로 선악과를 남녀 간 성관계의 은유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통일교 문선명에게 사이비 교리를 배웠지만 사업 수완을 키우지 못한 이유였을까? 1990년대가 전성기였던 정명석의 종교는 기성종교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성 추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2009년 대법원으로부터 강간 등 혐의로 10년형이 확정되어 구속되었다. 그의 엽색 행각은 사드 후작의 작품과 닮은 바가 있다. 가학적이며 성기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성관계는 다양한 여성의 신체의 집합체로 물화(Verdinglichung) 된다. 본질적으로 신과 신도의 성관계는 사랑이 소외되는 것이다.


자, 우리는 그가 몰락하는 과정을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한번 보고 있다. 여성운동이 활발해진 21세기에 도달하자 정명석의 '일상생활'은 범죄로 규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2006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것과 그의 몰락 시점이 그 이후였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캉은 젊은 시절 병원 당직실 벽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미치고 싶다고 해서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Ne devient pas fou qui veut)." 광인의 알려진 특징은 상상의 언어 기표(시니피앙, 이를테면 "유니콘")를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데 있다. 그런데 정명석이 남긴 음담패설은 지나치게 유물론적이다. 미치지 않은 채로 나폴레옹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당한 사드의 말년처럼 정명석은 감옥에서 노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세 시쯤 되어 예수께서 큰소리로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 말씀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뜻이다. 마태오의 복음서 27장 46절(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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