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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Apr 30. 2023

가택연금과 자가격리

코로나19 확진자 체험소감


뒤늦게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톨스토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복한 감기는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코로나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발단은 모르겠으나, 결론은 같다. 아내가 먼저 걸리고 나서 며칠 뒤 동거인인 나도 같은 증상이 찾아왔다.


처음엔 부정했는데 시간이 지나 기침이 잦아지고, 온몸에 무기력증이 덮쳐왔다. 아내의 몸이 약해지는 과정을 바라본 바로는 스스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가 확진 판정을 받은 당일에 병원에 들러 음성 판정을 받고 내심 안심했는데, 그것은 내 신체에 대한 오독이었다. 토요일 오전 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내가 무심결에 아내에게 옮았다고 이야기하자, 여자 의사 선생은 나에게 핀잔하듯이 조언했다. "그렇다고 아내를 너무 원망하지 마세요."


같이 점심을 먹었던 직원들에게도 나의 감염 사실을 황급히 알렸다. 나는 의사에게 들은 말을 그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나는 아내보다 나 자신에게 원망스러웠으니까.


다음 주 출근이 불가함을 회사에 알리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하필 다음 주는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까지 포함하여 이틀이나 휴일이 있는 황금연휴 주간이다. 한편으로는 안도했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긴 했다. 한때는 꽤나 떠들썩 했던 질병인데 3영업일 쉬는 게 다였다. 그리고 그 휴식은 어딘가를 나가서는 안되는 자가격리의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가격리는 규정을 위반하면 처벌하는 일종의 가택연금 방식이다. 가택연금으로 유명한 사람은 시안사변을 일으킨 장쉐량으로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끌려간 기간까지 합하면 53년이나 지속되었다. 감옥 대신 자신의 거처 안에서 나갈 수 없는 기분은 어떤 것인가? 겨우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유난히 날씨가 화창할 경우 견디기가 힘들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마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그는 지루함 없이 영욕의 세월을 견뎌내고 무병장수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장쉐량

코로나 자가격리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공리주의 원칙으로 일부를 희생하여 다수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중세 시대에 흑사병 방역에 성공적이었다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환자 가족의 집을 벽으로 둘러 굶어 죽을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이 방법은 코로나 감염자들이 있는 아파트 현관문을 납땜했다는 중국 기사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나는 일주일짜리 가택연금형에만 처한 것이므로(살고 있는 집 현관문을 봉쇄하지 않는) 인도주의적 배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초창기 시절 일부 지역에 집중 전파되었다고 이태원(성소수자), 신천지(종교) 등을 악마화하였다. 그리고 감염자들의 치욕스러운 동선 파악(블랙 수면 방) 및 역학조사를 하였다. 사람들은 어디든지 갈 때마다 스마트폰 APP 또는 전화로 개인정보를 노출시킨 채 자신의 위치를 기록해야 했다. 그리고 수년간 마스크로 코로나에 감염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려야만 했다. 이 역시 벽을 쌓아 감염자를 굶겨 죽인 공리주의 때문 아닌가?


그런데 대한민국 확진자는 31백만 명으로 60%가 넘게 이미 감염된 지 오래이다. 그중 3.4만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인간의 자유와 맞바꾼 코로나 확산 방지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마스크나 가택연금이 코로나를 예방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코로나는 모든 전염병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 변이를 일으키며 인간에 적응하여 치명률을 낮췄을 뿐이다.

흑사병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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