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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May 01. 2023

동물농장 X 동물농장

신동엽 넷플릭스 <성+인물> 출연에 따른 <TV동물농장> 하차 논란



2001년 첫 방송 이래 22년째  SBS <TV동물농장>의 MC를 맡고 있는 신동엽이 넷플릭스의 성+인물이라는 19금 예능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주된 이유는 가족들이 보는 프로그램의 MC로 부적격이라는 것. 이 논리를 한 번 살펴보자.



신동엽은 성인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신동엽은 전 연령층 시청 프로그램  MC이다.

신동엽은 전 연령층 시청 프로그램 MC를 할 수 없다.



자, 이 사이에 숨겨진 논리가 있다.



신동엽은 성인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신동엽은 전 연령층 시청 프로그램  MC이다.

(성인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은 전 연령층 시청 프로그램 MC를 할 수 없다.)

신동엽은 전 연령층 시청 프로그램 MC를 할 수 없다.



어떤가? 이것은 정언명령이다. 아직은 국내법에 법제화되어 있지 않지만 신동엽 하차를 주도하는 여론 측에서 조속한 입법을 고대하는 명백한 차별금지 위반 아닌가? 이 논리에 따르면 신인 시절 성인영화에 출연했던 지난날 수많은 중견 여배우들은 어떤 프로그램의 MC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성스러워 보이는 지도자 동지에게도 숨기고 싶은 달의 뒷면이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故스티브 잡스,  故김대중 전 대통령도 각각 혼외자가 있었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그것이 범죄로 전락해 기소당할 처지에 놓여 자살한 이도 있다.


신동엽을 하차하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심각한 사생활 문제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성인방송에 보수를 받고 방송인으로서 출연했다는 이유로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나아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려고 든다.


다시 논란의 시작점인 '동물농장'이라는 랑그(langue)로 돌아가보자. 처음 기획한 PD의 숨은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오버랩된다. 나폴레옹이라는 돼지가 주동이 되어 인간을 몰아내고 지상낙원과 평등을 외치면서 자신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스퀼로라는 나팔수와 사냥개들로 공포정치를 하는 스탈린주의(혹은 마오주의, 김일성주의)의 풍자극이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두 가지가 있는데, 나폴레옹은 전면에서 점점 멀어진다. 대신 스퀼로라는 나팔수 역할의 돼지가 악역을 자처한다. 그리고 다른 점은 처음에 내세운 7 계명이 윤색되고, 사라지고 나중에 단 하나의 프로파간다만 남는다.



(기존 1 계명)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변경된 1 계명)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다."


  

레닌의 좌익소아병에서 시작한 이상과 현실 간 타협은 신경제정책(NEP)과 일당독재, 개인숭배 및 자본주의와의 교류라는 역사적 전개를 가져갔다. 그리고 이 현상은 현재도 북한, 중국 등 일부 독재국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TV동물농장은 우리가 동물들의 진정한 주인임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면, 신동엽의 하차는 동물주인을 쫓아내는 상징적인 운동일 수 있다. (착취당한 동물들의 해방이 아니라) 거꾸로 인간 중 일부인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성착취에 동조하였다는 논조가 깃들어 있을 것이다.


만일 신동엽이 불온한 이 프로파간다의 희생양으로 하차한다면, 다음 MC는 철저한 사상검증과 뒷조사를 통해 발탁되어야 할 것이다. 웬만한 변태 성욕이 아니고서 성적인 연상작용을 할 수 없는 이를테면 종교적인 인물 내지는 장애인 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 이참에 앵무새처럼 말하는 동물을 MC로 발탁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이 여성 해방의 마지막 역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윤미향으로 대표되는 정의연 같은 시민단체가 남게 될 것이다. 이 나폴레옹들은 성착취를 해방시킨 공로로 여전히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 그가 이용한 위안부 할머니 생존자는 22.10월 기준 단 10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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